미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국내 ETF 과제는 [ETF 20년]③

by김보겸 기자
2022.10.20 06:05:00

전세계 ETF 70% 차지하는 美시장
다양한 상품개발, 기초자산 확대해와
ETF시장도 양극화 전망…"아이디어 보호해달라" 요구도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국 상장지수펀드(ETF)가 20년 동안 220배 고공성장했지만 여전히 ‘ETF 탄생지’ 미국 시장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 수준이다. 미국 ETF 시장이 성장한 온 요인으로는 투자자의 니즈를 맞추고 새로운 투자자 유형에 주목한 다양한 상품 개발이 꼽힌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사진=AFP)


향후 미국 ETF 시장에서도 자본력이 강한 운용사가 살아남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중형 운용사들이 개발한 ETF 상품에 대한 보호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전 세계 ETF 총자산 규모는 약 1경4406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경원을 돌파한 이후에도 고공 성장하고 있다. 그 중 미국시장은 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1990년대 초 ETF를 가장 먼저 도입한 ETF 강자다운 면모다. 2위는 유럽(15%)이며 3위는 아시아태평양(11%) 지역이다.

다양한 상품이 미국 시장에 상장되고 있다는 점이 미국 ETF 시장의 활력 요인이다. ETF 상품 개수는 2006년 374에서 2022년 2914개로 679배 늘었다. 같은 기간 뮤추얼펀드 개수가 약 2% 늘어난 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초자산 역시 다양해져 왔다. 미국에선 주식형 ETF를 시작으로 S&P500나 나스닥100 등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그리고 채권과 원자재 ETF 등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최근 미국에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 세계 금리 인상 여파로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투자하는 ETF, 또는 배당 및 이자를 주는 인컴 ETF 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자신이 확신하는 가치에 투자하는 성향을 가진 MZ(밀레니얼+Z세대)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존 보수적 투자 성향을 보이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고 나면 적극적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MZ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ETF 상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요인을 반영한 ETF가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세계 2위 ETF 시장인 유럽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향후 미국 ETF 시장이 탄탄한 운용자산규모(AUM)를 갖춘 선발주자 위주의 시장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특화형 ETF 운용사인 앰플리파이(Amplify)의 크리스티안 마군 최고경영자(CEO)는 19일 방한 간담회에서 “예전만 해도 ETF를 출시해서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상장하면 누구든지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스폰서가 플랫폼에 상장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자산수탁고가 작은 운용사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만큼 앞으로 대형 운용사 위주로 ETF 시장이 구성될 것이란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도 중형 운용사들이 아이디어로 대형 운용사와 정면승부하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형 운용사가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 ETF 상품에 대해서는 배타적 사용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위 운용사가 중형 운용사들이 낸 것과 비슷한 상품을 선보이면 브랜드력이 약한 중형 운용사가 밀릴 수밖에 없다”며 “홍콩에서는 특정 운용사가 개발한 ETF와 같거나 비슷한 상품을 다른 운용사가 내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블라인드 ETF 허용을 검토 중이다. 현재 모든 국내 상장 ETF는 매일 포트폴리오와 비중을 공개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일부 혹은 일정 주기로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해 포트폴리오를 한 달 또는 분기에 한 번 지연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운용사의 모방 우려를 덜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