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의 이게머니]경기정점 논란 불붙인 美 10년물 금리

by최정희 기자
2021.07.21 06:37:00

韓·美, 10년물 금리 5개월 만에 최저 수준
델타 변이 확산에 美 성장률 하향 조정도
7월 부채 한도 유예 종료 앞두고 국채 순상환
"국채 금리 하락, 수급 요인 커..경기 방향과 무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2%를 하회했다. 10년물 장기 금리는 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10년물 금리 급락이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일시적인 국채 매입 수요에 따른 것일 뿐 경기 흐름과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까진 후자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9일(현지시간) 장중 1.174%까지 급락한 후 1.189%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월 11일(1.167%) 이후 5개월만에 1.2%를 하회한 것이다. 지난 달말 1.5%대에 비해서도 단기간 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 하락에 우리나라 10년물 국채 금리도 20일 1.893%로 2월 25일(1.88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단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8일로 끝난 지난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2만6000명으로 한 달 전의 확진자 수인 1만1000명보다 크게 늘어났다. 백신을 맞았어도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가 나오는 등 과거처럼 경제 봉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짐 폴슨 로이홀드 그룹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전체가 심각한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마스크 의무 부활이 경제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0%에서 6.5%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율에 대한 우려 역시 미 국채 금리 하락으로 작용하고 있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폭등, 금융위기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8월 잭슨홀 회의에서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을 꺼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율, 연준의 긴축 선회가 경기 둔화를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에 장단기 금리차는 축소되며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고 있다. 미 2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3월말 1.58%포인트까지 벌어졌으나 19일엔 1%포인트 아래로 축소됐다. 우리나라 역시 같은 흐름이다.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0.48%포인트로 작년 7월 30일(0.482%) 이후 가장 좁은 금리차를 보였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경기 성장 둔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10년물 금리 하락이 일시적인 수급에 따른 영향이란 해석도 나온다. 연초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 국채 금리가 1.7%대로 급등, 즉 국채 가격이 폭락하자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순매도 포지션으로 급하게 갈아탔는데 최근엔 반대로 국채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도 포지션이 급하게 매수 포지션으로 전환(숏커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16일로 끝나는 지난 주 10년 만기 국채 선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순매수 포지션이 5만5987계약으로 전주 순매도 포지션(2만5593계약 순매도)에서 전환했다. 미 국채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미 국채 발행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가 설정한 재무부의 부채 한도 유예가 이달말 종료 예정인데 재무부는 이달말 보유 현금(연준예치계정, TGA)이 약 4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금 추정치(자산)를 기준으로 대차대조표상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국채의 추가 발행보다는 순상환이 예상되고 있다. 15일 기준 보유 현금이 6900억달러이기 때문에 1300억달러 정도의 국채 순상환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어떤 요인에 의해서 하락하는 것이든 단기적으론 추가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톰 디갈로마 씨포트글로벌홀딩스 이사는 “10년물 금리가 1.13%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0.988%까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을엔 다시 국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게 거론된다. 지금의 하락세는 일시적인 수급 요인에 의한 부분이 더 크다는 해석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콧 렌 웰스파고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올해 약 7% 강한 성장을 한 후 내년에도 약 5% 성장할 것”이라며 “이에 비해 10년물 금리가 너무 낮다. 올해말까지 약 2%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10년물 금리가 1.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짐 캐런 모건스탠리 글로벌 매크로 전략책임자는 “금리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믿는다”며 “금리 하락이 경제에 중요한 것을 말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