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영남꼰대당’ 국민의힘의 화려한 변신…이준석 돌풍 왜?

by김성곤 기자
2021.05.26 06:00:00

중진 경륜 vs 신예 패기 격돌 국민의힘 전대 흥행 성공
이준석, 여론조사 지지율 1위…전대 초반 깜짝 스타 등극
당권 70%·국민 30% 경선룰 고려시 주호영·나경원 뒤집기
전문가, 중진·신예 누가 되더라도 국힘 ‘꽃놀이패’ 카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영남꼰대당’으로 불렸던 국민의힘에서 깜짝 반란이 일어났다. 중진들의 경륜과 신예들의 패기가 격돌 중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 30대 중반 원외 인사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주요 여론조사에서 30% 지지를 얻으며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전대 초반 최고스타로 떠오른 이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메이커라는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어냈다. 이 전 최고위원이 과연 보수정당 사상 최초의 30대 대표에 오를 수 있을까?

전망은 엇갈린다. 이 전 최고위원의 돌풍이 현실화되면 이는 혁명적 변화다. 여야 모두 급격한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차기 대선지형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적 정치현실을 고려할 때 ‘이준석 돌풍’은 찻잔속 태풍이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내년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2%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호영 전 원내대표나 나경원 전 의원이 여론조사상 열세를 뒤집고 막판 극적인 뒤집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은 보수를 대표하는 젊은논객이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에 영입되면서 박근혜키즈로 불린다. 이후 현역이 아닌 원외로 주로 활동했지만 최강의 전투력을 과시했다. 때로는 여야 거물 정치인들과 전면전도 마다하지 않으며 정치적 맷집을 키웠다. 최근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페미니즘 논쟁을 주고받으며 전국적인 지명도를 끌어올렸다. ‘0선 중진’으로 불리며 국민의힘 당권주자 8명 중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첫 비전발표회에서는 “더이상 계파정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저희가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들, 앞으로는 해야 한다”며 “내가 제시하는 미래가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가장 바라는 미래고,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할 변화”라고 당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 앞서 출마선언문에서도 “더 이념 논쟁과 지역 구도로 우리가 확장할 수 있는 지지층은 없다”며 “젊은 지지층의 지지를 영속화하려면 우리는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주호영 vs 나경원’ 맞대결 구도로 흐를 것이라는 국민의힘 전대판을 뒤흔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준석 돌풍에 공개 지지을 선언하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과 단일화 연대에 나설 경우 불가능에 가까운 30대 보수정당 대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당심하고 민심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후보에 대한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 준석이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준석 돌풍에 대한 기성 정치권의 견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차기주자인 정세균 정 총리는 “대선 관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경륜없이 할 수 있겠는가. 거기다 ‘장유유서’ 문화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복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면서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두고 또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차기 당 대표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당원 70%·국민 30%로 이뤄지는 국민의힘 전대 경선룰을 고려할 때 여론조사 결과와 전대 최종 결과는 다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는 인지도 조사 성격이 강한 것은 물론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지역 당원의 민심 반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인기가 있는 것과 실제로 당 대표감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며 “나경원 전 의원이 이변을 연출할 것”이라고 관전평을 남기기도 했다.

유력 당권주자인 주 전 원내대표와 나 전 의원은 이날 비전발표회에서 정치경륜을 강조했다. 앞서 주 전 원내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과 ‘에베레스트·팔공산’ 설전을, 나 전 의원은 ‘스포츠카·전기차’ 설전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4.7 재보선 압승을 이끌었던 주 전 원내대표는 “패기 하나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중요한 건 경륜과 패기의 조화”라면서 “복잡한 야권통합과 대선후보 단일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풍부한 경험을 가진 진정한 프로가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과거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강력한 대여투쟁으로 여전사로 불렸던 나 전 의원은 “당 대표가 할 일은 첫째도 정권교체, 둘째도 정권교체”라면서 “모든 대선주자를 민심의 용광로에 녹여내겠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쌓인 지혜를 이용해야 하고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해야 한다”고 본인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전대 최종 승자는 아직 예측불허지만 중진과 신예 중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야권 입장에서는 꽃놀이패 성격이 강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 전대는 다양한 흥행 요소로 민주당 당권경쟁보다 훨씬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준석 돌풍’은 현 정권에 실망한 계층이 바꿔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나의 대안을 만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대선 직전의 당 대표는 이미지 효과가 크다. 젊은 당 대표는 민주당과 대비되는 효과로 대선국면에서 상당한 장점을 가질 수 있다”며 “중진 의원들이 당선된다면 풍부한 정치권 경륜을 통해 안정적인 대선관리가 가능하다는 느낌을 지지층에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