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허영섭 기자
2020.04.17 05:00:00
이제 제21대 총선이 막을 내렸을 뿐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관심은 다음 대통령 선거로 옮겨가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도 진보진영이 우위를 지킬 수 있겠느냐 하는 질문이 공통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진영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탓이다.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는 물론 2017년의 대선과 그 이듬해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이번에도 엄청난 위력을 과시했다. 과반 의석을 넘어 무려 180석을 차지해 버렸다.
이러한 관심의 한가운데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자리하고 있다. 선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낸 것은 물론 그 자신도 5선 의원이라는 위업을 쌓았다. 더구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종로 지역구에 출마해 보수진영을 지휘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은 것이다. 전직 총리 출신인 두 사람이 맞붙으면서 진작부터 ‘대선 전초전’으로서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결국 이 전 총리가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권 고지’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 셈이다.
그 자신도 다음에 맡을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이번 선거 승리를 확정 짓고는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축의 현실을 거론하면서 “국난 극복을 위해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것이 그것이다.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고도 했다. 앞으로도 자신의 역할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총선 국면이 진행되면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가장 높은 지지도를 누려 왔던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야 정치판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잠깐 한눈팔고 있다간 먹히기 마련인 것이 정치판의 생리다. 같은 편 내부에서조차 은근히 헐뜯고 비난하는 분파의 모습은 마찬가지다. 그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 여야의 대결 무대로 복귀하면서 “다시 정글로 돌아간다”는 비장한 표현을 사용한 데서도 느껴지는 사실이다. 막말과 우격다짐으로 혼탁하게 치닫는 선거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자기 혼자 막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가 얘기하듯이 “신망 받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가장 궁금한 것은 그가 나름대로 추구하려는 정책 방향이다. 대권주자로서 이 나라와 국민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지 조만간 검증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는 정책 노선을 그대로 따를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야만 한다. 더욱이 이번 여당의 압승으로 현 정부의 기존 정책 의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럴수록 우리 경제가 악화될 소지가 크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당내 역학관계에서도 그의 위치가 안정적이라고 간주하기는 어렵다. 전남지사를 지내고, 총리를 지내면서 인맥을 쌓아 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류에 속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 자신 잘 깨닫고 있을 것이다. 같은 진보진영 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친문’의 견제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정권의 데릴사위’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청와대 비서관 출신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언제라도 주류 세력과의 긴장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개인적인 문제점들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동생의 취업 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선친 묘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총리 청문회 때 나온 의혹 사항들이 앞으로 계속 증폭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권 후보로서의 자질 검증은 총리 청문회 때보다 훨씬 가혹할 것이다. 그가 종로 지역구에서 당선되긴 했지만 이제는 종로구 유권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의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