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외식비·과일값 안오른게 없는데 물가상승률은 0%대?

by조진영 기자
2019.03.06 05:00:00

2월 소비자물가 0.5%…30개월만에 최저
국제유가 하락, 전체 물가 떨어뜨렸지만
외식 등 서비스물가 올라 체감물가 높아
유가 상승·유류세 인하 종료로 다시 상승 전망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가 버거 6종, 아침 메뉴 5종 등 23개 메뉴의 가격을 인상한 지난 2월 12일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시민들이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두달째 0%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0.5%에 그쳐 30개월내 가장 낮았다. 물가당국이 디플레이션(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우려할 정도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차이가 크다. 국제유가하락으로 전체 물가는 내렸지만 임대료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서비스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2월보다 0.5%(이하 전년동월 대비) 상승했다. 2016년 8월 0.5%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다. 지난 1월 0.8%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0%대다.

통계청은 국제유가 하락이 물가를 떨어뜨리는데 가장 많이(-0.51%포인트)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산업 전반에 쓰이는 석유류는 물가 변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값은 14.2%, 경유값은 8.9% 하락했다. 석유류 물가는 11.3%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 전체 물가는 0.8% 하락했다.

김동곤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지수의 상승률이 전년 대비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1% 초반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물가지수와 달리 큰폭으로 올랐다. 2월 서비스물가상승률은 1.4%를 기록하며 전체 물가상승률(0.5%)를 3배 가까이 웃돌았다.



특히 개인서비스 물가는 한달새 2.5%나 상승했다. 가사도우미료(11.2%), 공동주택관리비(6.4%)가 오른 영향이 컸다. 둘 모두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항목이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물가 상승률도 2.9%나 됐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등이 잇따라 식음료 가격을 올린 영향이다. 특히 치킨(6.1%)과 구내식당 식사비(3.3%)의 인상폭이 컸다.

공공서비스 중에서는 택시료(6.9%)와 요양시설이용료(5.9%), 외래진료비(2.2%)가 올라 서민들의 부담을 키웠다. 온화했던 겨울 날씨 덕에 공급증가로 채소류 가격은 떨어졌지만 곡물과 과일류 가격이 올랐다. 배가 42.4%, 토마토가 18.9% 올랐다. 찹쌀은 24.4%, 현미가 23.3%, 쌀이 18.7% 상승했다.

이승신 건국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국민들 개개인 입장에서 휘발유, 경유는 기름값이라는 하나의 품목으로 인식하는 반면 서비스물가는 품목이 많아 가격 인상을 하나하나 직접 체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 서비스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임대료와 인건비 영향을 곧바로 받는다. 물가 상승률을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유가가 반등으로 물가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보통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유가로 이어지는 기간은 4주 내외”라며 “지난달 말부터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어 3월 물가 상승률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