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잡는 이태리 명차…마세라티 ‘뉴 기블리’

by노재웅 기자
2018.11.29 05:30:00

마세라티 뉴 기블리 그란루소와 그란스포트. FMK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마세라티의 스포츠 세단 ‘뉴 기블리(New Ghibli)’가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 이후 1년여 동안 ‘독일차 잡는 이태리 명차’로 급부상했다.

1967년 탄생한 기블리가 세계적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혁신적인 쿠페로 강인하고 공기역학적이면서도 절제된 세련미를 담고 있다면, 현재의 뉴 기블리는 과거의 모습과 현대의 감성을 새롭게 조화해 재탄생한 모델이다.

뉴 기블리는 섀시와 서스펜션 레이아웃, V6 엔진 및 8단 ZF 자동 변속기를 콰트로포르테와 공유하면서도, 콰트로포르테과 비교해 길이는 293mm 짧고 50kg 더 가벼워졌다. 마세라티 파워트레인이 설계한 V6 가솔린 엔진은 페라리 마라넬로에서 마세라티만을 위해 독점 제조한다.

뉴 기블리는 후륜구동 가솔린 모델(Ghibli)과 사륜구동 모델(Ghibli S Q4), 디젤 모델(Ghibli Diesel)까지 총 세 가지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블리 S Q4는 3.0ℓ V6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해 기존 모델보다 20마력의 출력과 3.1kg·m의 토크가 더해져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kg·m의 힘을 발휘한다. 뉴 기블리 S Q4의 최고 속도는 286km/h이며,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기존 모델보다 0.1초 단축된 4.7초를 기록한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그란루소 전면. FMK 제공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상태에서, 이러한 기블리의 상품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독일차만이 득세했던 2013년 130여대에 불과했던 마세라티의 연간 판매량은 2015년과 2016년 1300여대로 급성장한 뒤 지난해에는 2000대를 돌파했다. 올해도 10월까지 1406대를 판매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마세라티 전체 판매량 가운데 3대 중 1대는 기블리가 책임졌다.

마세라티 기블리의 성장세는 기존 수입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절대강자인 독일차 브랜드들을 넘지 않고선 불가능했다.



실제 마세라티 수입판매사인 FMK에 따르면 기블리 고객 10명 중 7명이 기존 독일차 브랜드에서 넘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그란루소 실내. FMK 제공
이 가운데 마세라티가 기블리의 다음 ‘타깃’으로 설정한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포츠 쿠페 ‘더 뉴 CLS’다. 지난 2005년 출시 이후 누적판매 1만대를 넘긴 전통의 강자다.

기블리의 모든 가솔린 모델은 마라넬로의 페라리 공장에서 마세라티만을 위해 독점 제조 및 수작업으로 조립된 V6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반면 CLS는 직렬 6기통 디젤 또는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으나 수작업으로 조립되지 않으며, AMG라인업에 합류한 뉴 CLS 53 4매틱 또한 수작업으로 만든 엔진을 장착하고 있지 않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그란스포트 주행컷. FMK 제공
제품 트림에서도 기블리는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기블리는 후륜구동 모델과 사륜구동 모델(S Q4), 디젤 모델까지 총 세 가지 제품군을 바탕으로, 고급스러운 ‘그란루소(GranLusso)’와 역동성을 강조한 ‘그란스포트(GranSport)’로 듀얼트림 전략을 적용했다. CLS는 글로벌 기준으로 두 가지 가솔린 엔진과 세 가지 디젤 엔진으로 라인업을 구성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400d 4매틱, 400d 4매틱 AMG라인 등 두 종의 디젤 모델 트림으로만 판매 중이다.

차별화된 ‘레이싱 DNA’도 기블리의 강점이다. 기블리는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스포츠 페달로 진정한 스포츠 세단의 기량을 발휘한다. 전·후륜 모두 노면 조건에 따라 지속적으로 댐핑력을 변동시키는 최신 버전의 스포츠 스카이훅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을 장착, 주행스타일과 도로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상의 주행환경을 선사한다. 반면 CLS는 고성능 AMG GT 4도어 쿠페와 차별화하고자 동급 세그먼트 모델 대비 역동성보다 안락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세단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외관과 실내 디자인에서 뉴 기블리는 ‘이탈리아 명품’의 향기를 뿜는다. 실내는 기본 제공되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의 실크 소재로 마감돼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이탈리안 감성을 선사한다. 외관은 새로운 전·후면 범퍼 디자인과 라디에이터 그릴 설계를 통해 공기역학적 효율성을 개선하고, 우아함과 역동성을 조화시키는 세단으로 재탄생했다. 뉴 기블리의 판매가격은 모델에 따라 1억1240만~1억4080만원이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그란스포트 휠. FM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