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의 덩샤오핑 될수 있다…경제발전 위해 대화나서"
by원다연 기자
2018.04.23 06:00:00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대담
"김정은 개방통한 경제발전, 권력공고화 기반으로 판단"
"핵-경제발전 노선으로 핵무력 완성 뒤 전략적으로 대화준비"
"대담한 협상 기저엔 핵완성 자신감…김정일보단 김일성 스타일"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0일 평화협력원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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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데일리 선상원 정경부장, 정리=원다연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평화협력원 사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개방을 통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인민들에게 베풀지 못했던 경제적 혜택을 안겨주면 오히려 권력이 더 공고해진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 전격적인 대화 국면에 나선 것은 이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시장경제를 더 키워야겠다’는 결심으로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발표했다”며 “핵-경제 병진노선 아래에서 빠르게 핵무력을 완성해놓고, 이걸 카드로 북미수교를 이뤄 체제안정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미국의 예상보다 2~3년 빠른 것이었다. 북한이 오바마 미국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압박 정책으로 대화가 단절된 사이 핵능력 고도화에 몰두해 핵무력을 완성해놓고, 경제발전의 토대가 될 북미수교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에 이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정 전 장관은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0일 제7기 3차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기존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대체하는 경제 집중 노선을 채택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시간이 더 걸린다고 보고 압박을 이어가면 북한이 손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봤지만 틀린 계산이었던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작년말) 조용히 신년사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힌 올해 북한의 신년사는 현재 남북 및 북미 대화 국면을 만든 전환점으로 꼽힌다. 그는 “역대 남북 정상회담을 보면 결국은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서 그치지 않고 북미 관계 개선까지 가려고 했다”며 “결국 북미 간 다리를 놓는 게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김 위원장 개인에 대해선 “핵이라는 물질적 토대가 생겼기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대담하게 협상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던 아버지(김정일 위원장)보다는 할아버지(김일성 주석)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DNA를 가졌다면 마키아밸리가 군주론에서 얘기한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간지(간사한 지혜)를 겸비했을 것이다. 결정적 순간에는 얼마든지 목표 달성을 위해 변신하고 굽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통한 경제발전이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체제안전보장을 받은 뒤에 경제발전에 주력하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안보에 투자해야 할 분단비용을 복지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봤다.
또 향후 통일을 위해서도 북한의 경제발전이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경제가 좋아져 우리와 격차가 줄어야 통일이 된다”며 “북한의 경제가 좋아지도록 하는 건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침 과정에서 생긴 ‘저항성’이란 민족성이 자리하고 있다”며 “북한에도 이 저항성을 경제부문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모멘텀만 만들어주면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