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兆 리츠시장 잡아라”..금융지주사 경쟁 격화

by전상희 기자
2018.02.26 06:00:00

KB·하나금융 이어 신한금융 리츠AMC 설립...하반기 공모 상품 판매 나서
농협금융·우리은행 등도 리츠AMC 설립 추진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32조원 규모로 성장한 부동산투자신탁(REITs) 시장에 금융지주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에서 출범한 신한운용리츠는 첫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농협금융과 우리은행 등도 리츠AMC(Asset Management Company)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폭넓은 고객 채널과 자금력 등을 갖춘 금융지주사들이 공모 리츠 상품들을 선보이며 사모 방식에 편중됐던 국내 리츠 시장의 새로운 장이 열릴지 업계 안팎의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출범한 신한금융그룹의 신한리츠운용은 올해 4월 중 상품 구성을 마치고 7~8월쯤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신한운용리츠는 국내 최초로 금융그룹이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신한운용리츠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사옥과 판교 알파돔시티 6-4구역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NH농협금융과 우리은행 등이 3월 금융위원회 부동산신탁회사 신설 허용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신탁회사 신설이 허용되면 우리은행 측은 리츠 AMC 신설이나 부동산신탁회사 인수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올해 목표 중 하나로 리츠 AMC 설립을 내세웠던 농협금융 역시 당국 결정에 따라 세부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리츠(REITs)는 운용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수료를 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투자방식을 말한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인가리츠는 186개로 총자산규모는 약 32조원에 이른다. 2013년 기준 80개에 이르던 운영리츠 수가 약 5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총자산규모 기준으로는 2.6배 가량 늘어났다. 협회 측은 “임대주택리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리츠 시장도 성장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리츠 시장에 올해 금융지주사들이 설립하는 리츠 AMC가 뛰어들면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같이 금융사들이 리츠 AMC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배경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있다.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지주 차원에서 리츠 자회사를 설립한 후 은행이나 투자증권 차원의 채널을 활용해 자금을 모으고 판매하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자회사를 통해 리츠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지주들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이 있다. KB금융그룹의 KB부동산신탁은 17개 리츠를 운용하며 수탁규모 기준 업계 5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자산신탁은 1개의 리츠를 운용하는 데 그쳤다.

특히 후발 주자로 뛰어든 금융지주사들의 리츠는 공모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리츠가 국내에 도입된 지는 올해로 18년 차에 접어들지만 기존 금융지주사들의 리츠를 포함해 대부분 사모형태로 운용돼 왔다. 반면 올해 상품 출시를 앞둔 신한운용리츠 등은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올해를 기점으로 공모 리츠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운용리츠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리츠상품은 영업점이나 기존 고객 등을 바탕으로 자금 공모 채널이 확보돼 있고 자금력 또한 있어 공모 리츠에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