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초·중·고 수업료 카드납부 '좌초', 금융위·교육부 '신경전'

by문승관 기자
2018.01.03 06:00:00

''수수료율 0%''…금융위 "합당한 비용 받아라" 제동
교육부 "교육비 부담 완화 위해 필요하다" 온도 차
카드사 "법 위반 여지"…이달부터 신규 가입 중단

△지난달 중순 학생들이 서울 광진구의 한 중학교로 등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문승관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올해 3월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확대 도입할 예정이었던 ‘교육비 신용카드 자동납부제’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가능성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카드사들은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자동납부 서비스와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 논란의 핵심은 ‘0%’인 자동납부 서비스의 수수료다. 여전법상 신용카드사는 적절한 비용을 산정해 가맹점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학교라고 해서 0%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법 위반으로 간주할 수 있어서다.

교육부로선 여전법 담당 부처인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수수료 0% 불가’ 결론을 전달했다. 다만 감독규정상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직접 계약하거나 국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재화·용역에 대한 계약이면 해당 가맹점을 ‘특수가맹점’으로 보고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다. 이를 두고 교육부와 금융위가 유권해석의 시각차를 보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 BC, 국민, 하나, 현대, 삼성, 롯데, NH농협카드 등 8개 카드사는 이날부터 단계적으로 교육비 신용카드 자동납부제 서비스를 중단한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교육청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3월부터 단계적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었다. 서비스 대상은 지금까지 현금(스쿨뱅킹, CMS 등)으로만 낼 수 있었던 수업료와 급식비, 방과후학교활동비, 현장체험학습비 등 학부모부담금(교육비)이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금융위는 지난해 말 교육부의 유권해석 요청에 따라 해석을 진행했다. 금융위는 교육부와 여신금융협회에 ‘국공립학교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0%로 정한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결과를 전달했다. 적절한 수수료를 책정해 받지 않으면 법 위반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에는 자금 조달 비용, 신용위험 비용, 마케팅비, 인건비 등을 반영해야 하는데 수수료가 0원인 경우는 없다”며 “법에서는 수수료를 공정하고 합당한 비용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외가 있을 수 있는데 국가가 당사자 되거나 국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재화면 차감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여기에도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학교는 국가가 아니므로 적절한 가맹점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학부모가 수수료를 안 내면 그 비용은 누군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고 수수료를 내는 다른 카드 가맹점인 영세 상인이 그 비용을 대신 내야 한다. 학부모가 무임승차자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교납입금 자동납부 서비스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국공립학교와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적격 비용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특수가맹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수수료율 0%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의 수수료율이 0%로 책정된 것을 두고 금융위가 불합리하다고 전달했다”며 “우리로서는 계속 금융위와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교육기관을 공공기관으로 볼 수 있느냐의 법 해석 여부에 달렸다”며 “거기서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금융위와 긴밀히 협의해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스쿨뱅킹 방식은 학교가 지정한 은행에 계좌가 없으면 학부모가 새로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신용카드 자동납부제 도입으로 이런 불편을 줄일 수 있게 됐고 학교도 업무부담이 줄었다는 점을 금융위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금융위가 수수료 0%를 우려하는 것은 카드사의 꼼수 때문이다. 카드사가 초·중·고등학교라는 거대 가맹점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교육부 등에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학부모와 전 국민의 데이터베이스 등을 취합할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가 가맹점 회원으로 등록한 초·중·고등학교의 회원 탈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신용카드가 유일한 결제수단이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카드사가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절대 못 한다고 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이런 건 수수료를 안 받는다니 합당한 비용을 받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담당자는 “대국민 서비스 차원이지 금융위가 생각하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해당 자동납부 기간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한 사업이지만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게 맞다. 그래서 부처 간 해결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