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아재 전성시대]⑥아재들의 수다…"나는 나예요"
by권소현 기자
2017.11.17 06:00:00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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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영원한 오빠’라고 생각하며 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40대 중년 남성. 서태지 음악을 듣고 자랐고 기성세대의 문화에 저항하며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갔던 개성 강한 세대다. 직장에선 허리로, 집에서는 가장으로 삶의 무게가 상당한 시기기도 하지만 아버지 세대의 40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아저씨란 호칭도 낯설다.
삶의 중심에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40대 남성 세 명과 ‘아재의 삶’에 대해 수다판을 벌여봤다. 한창 바쁘게 살아갈 시기이고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만큼 모바일 상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했지만, 진한 수다는 나중에 오프라인에서 꼭 밥 한번 먹자는 다짐으로 마무리했다.
‘영포티’(young forty)로 살고 있는 김승현(44·출판사 대표), 조덕진(44·광고대행사 대표), 서용찬(43·스포츠브랜드 VMD) 등 진솔한 아재들의 수다를 들어본다.
▶권소현 기자(이하 권) 세 분 모두 취미생활도 강도 높게 즐기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승현 대표(이하 김) 전 사실 취미가 일이 된 경우인데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장르가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이라는 점이 좀 다르긴 하지만요. 좋아하는 분야를 갖고 세상을 좀 더 우리식대로 바꿔보자고 창업했어요. 취미와 일, 그리고 덕질(덕후질의 줄임말로 마니아 수준으로 취미 생활로 즐기는 행위)이 동의어에요. 취미가 일이 됐으니 취미에 돈을 아낌없이 쓰는 편이에요.
▶조덕진 대표(이하 조) 저는 처음부터 나를 위해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창업하고 바쁘게 살다 보니 언젠가 가을날 창가에 앉아 “행복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 이후로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취미들을 적극적으로 병행하기 시작했어요. 나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거나 바이크 타며 바람을 맞아보기 등등요.
▶서용찬 VMD(이하 서) 사실 마음 놓고 투자하지는 못하지만 아직 미혼이라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친구들보다는 조금 자유로운 편이에요.
▶권 결혼을 하면 달라질까요?
▶서 가정이 있었으면 생활이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성격상 제대로 꽂히면 약간의 오타쿠(한가지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 기질이 있거든요.
▶권 쇼핑도 자주 하시나요?
▶김 쇼핑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요. 제가 출판사를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쇼핑하러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조 저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 반반인 것 같아요. 하지만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어요. 제 눈으로 보고 질감도 확인하고 딱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을 때 만족도가 더 높은 편이에요. 마음 먹고 쇼핑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오가다 눈에 들어오면 사는 편입니다.
▶김 요새는 억지로 쇼핑에 끌려나온 남편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엔 지하주차장에 그렇게 많더니 지금은 아니에요. 예전과 지금의 쇼핑 주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조 요즘 아재들은 본인의 스타일을 중시하는 경향이 큽니다. 그리고 가격보다 무조건 마음에 들어야 구매를 합니다. 쇼핑 주체가 달라졌다는 게 딱 맞는 표현이에요.
▶김 맞아요. 클래식 착장(의복을 입어보는 일)을 즐기는 분들, 남성용 액세서리에 관심을 두는 분들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직접 쇼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죠. 취미생활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봐요.
▶권 아재, 혹은 아저씨라는 호칭은 어떠세요?
▶김 아재라는 표현에 긍정적인 의미도 좀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아재 입장에서 느끼는 것 아닌가요? 20~30대는 안 그런 것 같은데요. 하지만 40~50대에게 아저씨란 표현은 피하고 싶은 표현이긴 하죠.
▶서 저는 아저씨라는 단어가 아직은 거북해요
▶조 세상이 규정한 나이가 44세다 보니 아저씨라고 하건 아재라고 부르건 괘념치는 않아요. 하지만 아저씨라고 불려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지금 대학원을 다니다 보니 오빠 소리를 많이 들어 그런가 봐요.
▶김 저도 그런 표현이 나이에 맞는 표현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서 오빠란 호칭은 듣기 좋죠. 길에서 누가 부르면 괜히 쳐다보게 되고…
▶조 저는 친근함이 들어서 좋은 것 같아요. 특별히 어리게 불러서라기보다는. 사실 젊게 산다는 기준은 외모나 취미보다 생각의 폭과 깊이 같아요. 어느 정도 사회생활에서 성공에 다가가면서 깊이와 폭이 생기겠지만 그 안에서 누군가에게 안된다는 말보다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나이를 먹으면 타인의 길보다 자기가 걸어온 길이 맞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자신감 속에서 듣고,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멋진 아재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김 어느덧 형, 오빠에서, 남녀 구분 없이 ‘형님’ 소리를 들을 나이가 되고 보니, 이래서 나이는 의미가 없고 다들 함께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칭에 연연하지 않고 다들 함께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는 순간, 아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로서 또 친구로서 그 멋스러움을 더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그런, 더욱 더 멋진 아재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