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키성장 토크] 성장기 아이들, 채식만으로는...
by이순용 기자
2015.12.08 03:01:08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2년 전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이혜정양(가명)이 가슴몽우리가 잡혀 내원했다. 상담을 해 본 결과 매 끼니마다 빠짐없이 먹었던 콩 제품이 빠른 사춘기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과도한 콩 제품의 섭취는 성호르몬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섭취를 자제하고 살코기와 생선을 통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
했다. 그러자 부모님이 크게 당황했다. 알고 보니 부모님은 채식주의자였고 혜정양도 그 때문에 고기를 일절 먹지 않았던 것이다.
콩 제품에 들어있는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여성호르몬이라 불리며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기와 생선 대신 오로지 콩 제품을 통해서 단백질을 섭취해왔던 혜정양의 사춘기는 당연히 빨리 진행될 확률이 높았다. 또한 콩 제품만으로는 성장기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기를 아예 먹지 않았던 혜정양은 성장발육도 또래보다 느린 상태였다.
육류섭취의 증가가 비만은 물론 암, 각종 성인병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이어지면서 채식을 통해 건강을 찾으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채식이 정말 건강에 완벽한 식단인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달 9일 방송된 MBC 다큐스페셜 ‘밥상! 상식을 뒤집다 채식의 함정’에서는 동물성 식품 섭취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비건(Vegen, 동물성 식품은 일절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에 관한 내용이 다루어졌다.
제작진이 채식으로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한 채식주의자들을 상대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총 9명 중 8명이 체지방 과다, 근육량 저하, 비타민D 부족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4명은 신경계와 혈관계에 필수불가결한 영양소인 비타민B12가 불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채식을 해온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또래에 비해 근육량과 체지방량이 현저히 낮았고 전체적으로 발육과 영양이 부족한 것으로 진단되었다.
단백질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이며 동물성 단백질 식품을 통해 섭취할 때 가장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단백질의 함량이 많고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8~10개의 필수아미노산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으며 철분, 아연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식물성 단백질 식품만으로는 성장기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우며 그중 콩류의 경우 양질의 단백질 섭취원으로 꼽히긴 하지만 성조숙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키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오랜 설득 끝에 결국 혜정양의 부모님은 아이만큼은 채식을 중단하고 양질의 살코기와 생선을 매 끼니 먹이기로 했다. 한약을 통해 과도하게 분비되는 성호르몬을 조절하고 또래보다 작았던 키도 더욱 클 수 있도록 치료도 꾸준히 진행했다. 그 결과 가슴멍울이 사라지고 2년 전 120cm로 또래보다 작았던 키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 평균키인 134cm로 12cm가 자랐다. 150cm가 넘었을 때 초경을 시작할 수 있도록 초경지연과 키 성장 치료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면 160cm는 무난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