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현아 기자
2014.02.09 10:19:18
범행 시기, 이석채 취임 전부터 발생
본사 지급보증 흔적 없고 해당 직원은 대기발령 중
구속 기각이후 검찰, 이석채 수사 강도 높였지만 혐의 못 발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030200) 자회사 직원이 3100억 원의 초대형 사기대출을 받게 해준 대가로 납품업체들로부터 뒷돈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KT ENS 측은 대출 채권의 존재는 물론 서류와 인감도 회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개인범죄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기업 자회사가 5년 넘게 회사인감 도장 도용 사실을 몰랐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은행 내부에 공모자가 있거나 KT그룹 윗선에서 봐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심지어 KT 안팎에서는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채 전 회장의 비자금과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전 회장 비자금과 무관해 보인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시기와 절차, 본사와의 관련성 및 범행 직원의 위상, 계좌추적 등 이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등을 보면 그렇다.
범행은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2월부터 앞선 2008년 5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KT네트웍스(현 KT ENS)에 근무했던 김모 부장은 그때부터 100여 차례에 걸쳐 KT네트웍스에 납품하는 6개 협력업체가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위조해 허위로 외상매출채권을 제공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휴대전화 등을 납품받지 않았음에도 납품받은 것처럼 속여 외상매출채권을 끊어준 것이다. 그리고 협력업체는 이 위조된 채권을 현금화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겼고, SPC는 이를 근거로 13개 금융회사에서 사기 대출을 받아 협력사에게 전달한다.
이석채 전 회장 비자금을 만들 요량이었다면 굳이 전임 사장 때부터 진행 돼 온 범행 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KT 내부인뿐 아니라 협력사와 SPC까지 알 수 밖에 없는 이 같은 방법을 범행수법으로 썼을 까도 의심이 든다.
이 사건은 금융감독원이 금융권 여신에 대한 상시감시 과정에서 석연찮은 대출 정황을 포착하면서 드러났다. 해당 직원인 김 모 부장은 올해로근속 17년인데 재무 쪽에서 근무했던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을 영업직에 종사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그렇게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었고, 최근 상태는 대기발령 상태였다”면서 “윗선과 공모로 비자금을 만들었다면 승진시키거나 이 회장 사임이후 다른 좋은 곳으로 보내지 않았겠느냐”고 비자금 관여 혐의를 부인했다. 또 “만약 KT본사가 지급보증을 했다면 본사내 가치경영실(재무실)의 별도 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없다”며, 개인 범죄임을 강조했다.
범행에 연루된 자회사 직원이 영업 쪽이었다는 점, 사내 인사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점, KT가 지급보증한 흔적이 없다는 점 등도 비자금 설을 약하게 하는 부분이다.
검찰의 이석채 전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 조사에서 해당 사기대출 건이 드러나지 않은 점도 이상하다. 이 전 회장 측 관계자는 “구속이 안 되자 검찰이 최근 새로운 증거라면서 남 전 사장 시절에는 아무 문제가 안 됐던 비서실 경조사비까지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여기서조차 대출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5일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전 KT 회장에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