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SKT·LGU+, VoLTE 1등 촌극

by류준영 기자
2012.08.11 10:46:43

[이데일리 류준영 기자]이동통신사가 VoLTE 서비스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겨 가입자 유치 홍보전을 펼치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고 급히 정정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지난 7일 LG유플러스는 롱텀에볼루션(LTE) 음성통화(VoLTE) 서비스를 8일부터 상용화한다는 보도자료를 기습적으로 배포했다. 업계 예상보다 너무 이른 시기였다. 이를 접한 SK텔레콤은 펄쩍 뛰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쳤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VoLTE 상용화 보도자료를 뿌렸다.

이때까지 이동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두 업체가 적법 절차를 간과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방통위는 이날 밤이 되서야 수습에 나섰다. 방통위는 “두 업체가 약관 신고 및 인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위법 행위를 엄중 경고했다. 현행법에는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위해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방통위 약관 승인을 받아야 하고 LG유플러스는 신고를 해야한다. 제동이 걸린 통신사는 그제서야 ‘서비스 개시가 아니라 단말기 1호 가입자만 배출한 것’이라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또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1호 가입자를 ‘예약 가입자’로 바꾸었다.



소비자들이 이같은 꼼수를 질책하고 나서자 양사는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당분간 음성 LTE(VoLTE)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무료서비스는 가입자 유치 차원에서 이미 계획된 프로모션이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벌인 이번 쇼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상실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무력함과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이 1호 가입자에만 집착하는 이통사 마케팅 관행이 엮어낸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과일(VoLTE)이 미처 영글기도 전에 수확부터 나서는 바람에 서비스 값어치를 크게 떨어뜨린 격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휴대폰대리점·판매점 업주들도 VoLTE 상용화 내용을 사전에 고지받은 적이 없으며 아직 시장에 유통되는 VoLTE 단말기는 이통사별로 수백 여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서울 홍제동 소재 휴대폰판매점 사장은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휴가철이 겹쳐 3G 단말기 확보도 어려운 판국에 VoLTE 단말기는 또 뭔 소리냐”라고 볼멘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