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09.01.15 07:41:39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최근 채권시장에서 캐피탈채나 카드채에 이어 일반 회사채에까지 슬슬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어요. 시중에 돈을 풀었던 결과죠. 채권시장은 빠르게 안정되고 있죠. 그런데 주식시장은 정말 모르겠네요."
어제 사석에서 만난 한 증권사 사장에게 `시장을 어떻게 보시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잘 아는 외국계증권사 대표들에게 물어봤더니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딱히 오를 이유는 없는데, 왠지 주식은 사서 들고 가야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어진 얘기다.
작년 7~9월중 주식 자기매매로 손실을 꽤 떠안았다는 이 사장은 연신 `모르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모두가 그런 듯하다. 풀려진 유동성 덕에 시장 내에 돈은 돌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 움직임은 조심스러워 보인다. 그만큼 아직까지는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미덥지 않은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증시는 매일 돌 다리 두드리기다. 채권시장 역시 온기가 고루 퍼진 상태는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돌기 시작한 돈은 그나마 틈새수익이 보이는 쪽으로만 우르르 몰려 다니는 듯하다.
신용등급 A등급인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의 최근 이틀간 회사채 발행물량은 기관들이 앞다퉈 사갔다고 한다. 국고채와 벌어진 스프레드, 즉 일종의 차익을 노린 셈이다.
전날 최종 마감된 하이닉스(000660) 유상증자 청약에는 최근 4~5년만에 최대인 무려 5조3000억원 이상의 갈 곳 모르는 시중자금이 모여들었다. 현재 주가와의 차이를 보면 적어도 1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또 대성파인텍의 공모청약에서도 180대 1을 넘는 높은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
따지고보면 최근 정책 테마주들이 득세하며 코스피보다 선전하고 있는 코스닥시장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 가능해 보인다.
시장이 안정되면서 이처럼 비교적 덜 위험해 보이는 `틈새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매기는 제한적이다. 잇따른 국내외 경제지표 부진과 기업실적 악화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연이틀 힘겨운 상승세를 이어갔던 주식시장은 간밤 뉴욕증시 급락 소식에 오늘 아침 바깥 날씨 만큼이나 싸늘해질 법하다.
5일 이동평균선이 걸쳐있는 1178선과 20일선이 놓여있는 1165선이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돌아서지 않더라도 강력한 매수세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일단 오늘은 가드를 바짝 올리고 방어에 치중하는 게 맞겠다. 시장 지지력을 확인해 봐야할 것 같다. 그 와중에서도 `돈 냄새`를 맡으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