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해부)②눈덩이 ''판매보증충당금''이 뭐길래

by안승찬 기자
2008.10.10 08:04:39

3분기 판매보증충당금 4천억 전입 불가피할듯
현대차의 `과도한` 충당금정책 두고 논란도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현대차(005380)의 3분기에 실적에는 '판매보증충당금'이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환율 급등에 따라 수천억원 규모의 판매보증충당금 설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판매보증충당금 증가는 영업이익 급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매우 공격적인 판매보증충당금을 쌓고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현대차가 비용으로 처리한 판매보증충당금 규모는 환율 상승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가 판매보증충당금 전입액은 3202억원으로 매출액대비 1.1%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판매보증충당금은 지난해 연간 수준이 넘은 4587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액의 2.6% 규모다.

신차 판매가 늘어난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환율 상승에 따라 원화값이 떨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상반기말 환율은 지난해말에 비해 107원 상승했다.

상반기말에 비해 3분기말 환율이 146원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판매실적과 무관하게 또다시 대규모의 판매보증충당금 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3분기의 마지막인 지난달 30일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국내 증시는 요동쳤고, 환율은 하루만에 무려 30.2원이 올랐다. 이날 하루의 환율 폭등 때문에 현대차는 당초 생각했던 금액보다 수백억원의 판매보증충당금을 더 넣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3분기 판매보증충당금 전입액 규모는 얼마나 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3분기 판매보증충당금 전입액 규모가 상반기 전체 수준과 맞먹는 4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현대차가 3분기에 비용으로 처리하는 판매보증충당금 규모가 상반기 수준 43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이보다 많은 4655억원을 예상했다. KB투자증권은 3765억원으로 추정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환율 급등으로 판매보증충당금의 부담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현대차가 지나치게 많은 판매보증충당금을 쌓아서 영업이익 수치가 왜곡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년6개월간 현대차가 비용으로 처리한 판매보증충당금은 6조4000억원 가량인데, 이중 실제로 보증수리 등을 위해 사용된 금액은 2조6600억원 수준으로 절반도 안된다.

최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가 지난 상반기에 추가로 전입한 판매보증충당금 4587억원 중에서 실제로 사용된 금액은 1848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현대차가 회사 내부에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은 수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판매보증충당금이라는 회계항목으로 이전시켜 놓았기 때문에 회계상 영업이익의 수치는 그만큼 줄어보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 업체들과 비교해도 현대차의 판매보증충당금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의 도요타의 경우 2007년 회계연도에 쌓아둔 판매보증충당금은 3923억엔이었는데, 이 기간동안 실제로 보증수리를 위해 사용된 금액은 이중 대부분인 3241억엔이었다. 도요타의 경우 실제 사용할 수준만큼만 판매보증충당금을 설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판매보증충당금 전입액 등의 변수를 뺀다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크게 좋아진다. 동양종금증권은 판매보증충당금 전입액 등을 합할 경우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7% 증가한 4374억원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