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BDA만 얘기하도록 훈령 받은듯"

by조선일보 기자
2006.12.22 08:06:06

美·北 ‘6자회담’ 분위기는 좋은데…
견해차 크게 못좁혀… 힐 “내일 떠날 것”

[조선일보 제공] “회담 분위기는 좋았지만….”

북핵 6자회담장 주변에서 미국과 북한 대표단이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이 한때 나왔지만, 미국 대표단의 힐 차관보는 21일 밤 “북한은 평양으로부터 방코델타아시아(BDA)가 해결될 때까지는 공식적으로 6자회담 주제에 대해 얘기하면 안된다는 훈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23일 아침에 (베이징을)떠날 것”이라고 했다. 회담 초반의 우호적인 분위기와 다른 발언이었다.

◆미, 일단 적극적

미국 대표단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힐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김계관 부상은 매우 경험이 많은 베테랑 협상가”라며 “나는 그에 비해서는 경험이 일천하다”고 했다. 지난 3월 도쿄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김 부상의 미·북 접촉 제의를 거절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



북한과 이틀에 걸쳐 ‘BDA 회담’을 한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도 ‘생산적인(productive)’, ‘유용한(useful)’이란 단어를 써 가며 북한의 자존심을 세웠다.

◆북한은 여전히 BDA와 연계

힐 차관보는 3일 연속 열린 미·북 회담에서 핵 폐기 초기 이행조치로 영변 5MW 원자로 등 핵시설 가동 중단과 에너지 지원을 교환하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회담 초기 비관적 전망을 하던 힐 차관보는 좀더 두고 보자는 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아직까지 북한은 BDA문제 선 해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에 여러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모든 문제는 ‘BDA 선결’로 귀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주목할 만한 협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크리스마스와 신년 휴가를 포함해 1월 초반까지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세 번째로 열린 양자회담에서도 북·미는 평행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국인 중국은 22일 회의 폐막을 선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