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 고환율 요지부동… 하반기 '물가 폭탄' 경고음

by장영은 기자
2025.03.13 05:00:00

환율 11월 초 1400원대 돌파 이후 1400원대 유지
올해 상반기까진 1300원대 안착 쉽지 않을 듯
고환율 지속되면서 시차 두고 물가 상승 불가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4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이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뉴노멀’이 현실화하면서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우리나라도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이 최근 냉동만두와 육가공품 가격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연합뉴스)


1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58.2원)보다 7.2원(0.49%) 내린 1451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400원을 돌파한 작년 11월 6일 이후 12월 27일엔 1486.7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지난달 24일에는 142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주로 1450원 선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종가 기준 지난달 평균 환율도 1445.52원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1400원대가 완전히 고착화되진 않겠지만 상반기 중에는 국내 경기적으로나 대외 요인 면에서도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재료가 딱히 없어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가 고점 대비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원인인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경기에 대한 우려가 원화 가치에 우호적인 재료가 아니고, 달러 매수 우위의 수급 환경도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긴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은 상반기 중에는 1430~1480원 범위 내에서 등락할 것으로 본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발 무역 갈등이 각국이 협상을 통해 타협을 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달러가 약세로 방향을 잡으면서 위안화가 강세로 가게 되면 원화 가치도 한 박자 늦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환율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 중에는 14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한편에선 국제 유가와 식량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식량물자비축국(NFSRA)이 전략비축용 석유 매입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현 유가가 바닥이란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는데, △환율 상승에도 국제유가 안정세로 그 영향이 상쇄되고 △내수 부진으로 국내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보이며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는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을 저점으로 반등하거나 내수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경우 물가상승률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도 “올해 국내 물가가 대체로 안정될 것으로 보지만, △지정학적 정세 △주요국 통상갈등 △환율 움직임 △내수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현 수준에서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2%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반기에 물가가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국내 특수성 상 수입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일부 품목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큰 폭 오르거나 체감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