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결국 대화로 풀어야..인적자원 양성하는 시스템 기대"

by안치영 기자
2025.02.04 05:00:00

■오주환 서울의대 의학과 교수, 의정갈등 해법은
갈등 지속시 초과 사망 증가·지방의료 붕괴 우려
양측 모두 대화 회피…양질 전문의 육성 힘써야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전공의 복귀는 문제 해결의 부차적인 문제다. 옛 시스템 복원보다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의정 모두 신속히 대화에 나서야 한다.”

오주환 서울의대 의학과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빠르게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대로는 초과 사망과 지역의료 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 교수는 의정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면서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봤다.

오주환 교수. (사진=안치영 기자)
오 교수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초과 사망 증가와 필수의료진의 수도권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소라면 생존했을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를 초과 사망으로 표현하는데 전공의 등 의료진 공백으로 인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쳐 건강이 나빠지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지방에 있는 필수의료진이 수도권으로 이직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당장 상급종합병원에 남아 있는 전문의와 전공의가 야간 노동 증가로 인해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모두 이러한 의사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전문의 중심으로 상급종병 구조전환을 추진하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전공의 사직으로 전문의 인력 공급이 끊어진 게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지방 전임의를 고용해 지역 내 필수의료인력이 유출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지금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의 지속가능성은 위기를 맞았다”라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결국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정부 혹은 의료계가 강압적 방법을 사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는 “정원을 몇 명으로 정하느냐의 문제는 부차적”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 정부는 뭐든지 논의하고 바꿀 수 있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고 의료계는 협상 테이블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토론 과정에서 진검 승부를 펼쳤으면 한다. 이러한 대화에서는 승자가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승자가 패자의 합리적인 의견을 취해 정책에 반영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정이 대화에 나서면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 의료시스템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그는 사직 전공의가 복귀해 예전의 의료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이참에 전공의 수련 시스템이 병원 내 착취 노동력이 아닌 훌륭한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미래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뉴노멀’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전공의 복귀는) 예전의 착취 노동 시스템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인데, 사직 전공의가 이를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수련의 질적 향상을 전제하고 돌아가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