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용성 기자
2024.07.16 05:10:00
개별 기업 투자시 배당증가분에 저율 분리과세 적용
매력 떨어지는 ETF…하반기 밸류업 지수·상품 어쩌나
고민 깊어지는 운용사 "세제혜택 소외에 투심 악화"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세제 혜택이 윤곽을 드러내자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개별 밸류업 기업에 투자할 때만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이번 정책 발표로 향후 펀드나 ETF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특히 하반기 거래소가 준비 중인 밸류업 지수와 이와 연계한 금융상품이 나올 예정이지만, 시장에는 상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김이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정부는 ‘역동경제 로드맵 및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하기 위해 법인세·배당소득세·상속세 등 세제혜택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밸류업 관련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에게도 세제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 개인 투자자의 배당 증가금액에 대해서는 기존 14%(지방세 포함 시 15.4%)가 아닌 9%의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또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도 배당 증가금액에 대해서는 선택적 분리과세를 통해 최고세율을 45%에서 25%로 낮춰 적용하는 등 저율 분리과세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받는 배당소득이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늘었다면 지금은 1200만원의 14%를 적용한 168만원의 소득세를 내면서 납세가 종결되지만 세제혜택을 시행하면, 증가분 200만원에는 9%, 나머지 1000만원에는 14%의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해 총 158만원 원천징수로 납세가 종결된다.
만약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투자자의 경우, 배당 소득세를 2400만원 받았다고 가정해보면 저율 분리과세를 거쳐 최종 세액은 기존 336만원에서 316만원으로 세 부담이 줄어든다.
자산운용업계는 밸류업 기업들을 담은 펀드나 ETF 등에는 이 같은 세제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투자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상품에는 기존 분배금 과세체계가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세제혜택의 경우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개인 주주에게만 적용되고, 펀드나 ETF 등은 기존 세금 계산법을 따라 과세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밸류업 기업을 담은 ETF의 세금 관련 매력이 저하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밸류업 기업을 담은 ETF는 시장에서 해당 기업이 재평가되면 같이 수익률이 올라가는 등의 간접적인 수혜는 분명히 있겠지만, 세제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수혜는 받지 못하게 된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상품성 등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업계는 밸류업 지수와 이와 연계된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밸류업을 통해 ETF 시장이 한 번 더 성장하리라는 업계의 전망도 힘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거래소는 올해 3분기까지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4분기에는 해당 지수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 등 밸류업 관련 금융상품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ETF에 투자하는 것에 세제 차이가 명확하기 때문에 ETF의 상품성과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만큼 밸류업 ETF나 펀드 쪽은 소외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후에 밸류업 지수나 관련 금융상품이 출시될 때 투자자들의 관심과 기대감이 예전과 같이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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