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대화 물꼬 텄다…앞으로 변화는

by이지현 기자
2024.04.05 05:18:24

정부-전공의 동상이몽
일단 대화 시작에 의미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강 대 강’으로 치닫던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일각에서는 성과 없는 종료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했지만, 일단 대화를 시작했다는 데 의의를 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4일 윤석열 대통령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14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전공의들이 들어가고 있다.
박단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7대 요구사항인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특히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대화를 마친 후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짧게 설명했다.

하지만 박단 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며 성과 없는 종료를 시사했다. 특히 2000명 증원을 두고선 윤 대통령은 강경한 입장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 한 비대위원은 “(대통령실이) 전공의 의견을 존중하다곤 했지만, 2000명 증원은 물러설 의지가 없다고 전해들었다”고 귀띔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정부와의 대화에 앞서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으면 끝이라고 전공의들에게 공지했다. ‘무대응’ 사직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박단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사진촬영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전 정부와 여당에 들러리를 서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선거용 만남에 불과하다”며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를 부여할 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직전공의 류옥하다씨는 “모두가 아는 사실을 굳이 가서 다시 확인했어야 했느냐”며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고 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만남이 총선후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창구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남은 과제는 앞으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앞으로 추진하는 의료개혁논의과정에서 전공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조치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전공의를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수용 여부는 전공의에 달린 것이다.

대전협 비대위 한 관계자는 “우린 처음부터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 원점 재논의였다”며 “어떤 것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