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땐 원래 흰색 소복 입었다"…잘못된 '관혼상제'도 많아[만났습니다]②

by이윤정 기자
2023.12.01 05:30:30

결혼식 폐백문화 '거꾸로' 지적
'상례 표준화 방안' 내놓을 계획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관혼상제’(관례ㆍ혼례ㆍ상례ㆍ제례 등 4가지 예법의 총칭)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통용되고 있다. 이를 바로잡고 현대에 맞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의 목표다.

일례로 현재 결혼식에서 행해지는 폐백은 주체가 ‘거꾸로’ 됐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예식이 끝나면 예식장 옆에 마련된 폐백실에 모여 시부모가 신부에게 밤과 대추를 던져주는 의식을 진행한다. 대추는 자손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고, 밤은 훌륭한 자식을 얻고 조상을 잘 섬기라는 의미가 있다고 전해진다. 씨가 없는 밤은 딸, 대추는 아들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전통적으로 시집간 여성이 첫날밤을 지내고 나서 시부모를 대청마루에 앉혀놓고 ‘밤, 대추, 육포’ 세 가지를 올렸어요. ‘밤 율(栗)’ 앞에 마음 심자를 붙이면 ‘두려워할 율’(慄)이 되고 ‘대추 조(棗)’는 ‘일찍 조(早)’와 발음이 같아요.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부터 어른을 섬기겠다’는 의미로 밤과 대추를 올렸죠. 며느리가 어른에게 올리던 것이 어느 순간 반대로 시부모가 던지는 것으로 토착화됐어요. 다시 한번 의미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사진=김태형 기자).
신랑과 신부가 서는 위치도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다. 동양에서 여성은 ‘음’이고, 남성은 ‘양’이다. 일반적으로 ‘음양론’에서 왼쪽은 ‘양’, 오른쪽은 ‘음’을 뜻한다. 따라서 주례를 하는 사람이 바라봤을 때 신랑은 왼쪽, 신부가 오른쪽에 서 있어야 맞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사실 전통 혼례에서는 자식을 품안에서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음악을 연주하지 않았다”며 “축가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전통 혼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법이 잘못 행해지고 있는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장례 문화’다. 현재 장례식장에서는 상주나 방문객 모두 ‘검은 상복’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 위원장은 우리의 전통 상복은 ‘소복’이며 소복은 ‘흰색’이 기본이라고 이른다. 따라서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장례를 치를 때 하얀색 소복을 입었다는 것이다.

“검은색은 ‘길(吉)색’이라고 해서 오히려 좋은 날 입었어요. 검은색 정장을 입는 서양 장례문화와 섞이면서 현재와 같이 변한게 아닌가 싶어요. 상주가 완장을 차는 것도 사실 일제의 잔재예요. 흰색 양복과 한복을 구할 순 없더라도 본래의 색에 담겨있는 의미를 알았으면 합니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유교식 장례 문화와 관련한 ‘상례 표준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현재는 삼일장을 지내는 게 일반적인데 해외에 있는 자식의 경우 장례식에 못오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일률적으로 삼일장을 지내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논의해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여러가지 안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