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랑 비슷하네"…지하철 요금 인상, 발길 무거운 출근길
by권효중 기자
2023.10.11 06:00:00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 인상 후 첫 출근길
"월급 빼고 다 오른다"…체감되는 교통비 부담
신분당선 편도=커피 1잔…"출퇴근 안할 수도 없는데" 토로
서울시와 정부·여당, ''교통패스'' 등 부담 경감책 논의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월말에 교통비 내역이 찍혀 나오는 카드 명세서 받아보기가 두려워요. 월급 빼고 진짜 다 오르고 있는데…”
지난 7일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오른 이후 첫 출근인 10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매일 출퇴근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고정 비용’마저 큰 폭으로 오르자 체감되는 어려움이 커졌다며 입을 모았다.
| 10일 신분당선 강남역에 지난 7일부터 인상된 신분당선 운임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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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울 강남역과 신논현역은 판교와 정자 등으로 이어지는 신분당선과 주요 서울 지하철 노선의 환승이 이뤄지는 구간이다. 판교로 향하는 직장인들은 물론 경기도 남부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에게는 필수 구간인데, 이날 곳곳에는 ‘운임 조정 안내’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하철 요금 인상과 함께 별도 운임까지 인상해 종점인 광교역~신사역 구간의 편도 요금이 최대 4100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처럼 큰 폭으로 요금이 오르자 시민들은 난색을 표했다. 서울 신림동 인근에서 분당의 IT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신분당선은 원래도 비싸서 기본 교통비만 한 달에 15만원은 나간다”며 “탈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타는 건데 이제 택시와 거의 비슷해지게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김지수(28)씨 역시 “편도 요금만 ‘커피 한 잔 값’이 됐다”며 “요금이 올라도 배차 간격이 나아지거나, 시설이 좋아지는 것은 없는데 할인카드나 정기권 등을 구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 등 수도권의 지하철 기본요금은 지난 7일 첫 차부터 기본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됐다. 서울시는 그동안 누적된 적자 등을 고려해 당초 300원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우선 150원 인상을 적용 후 내년 하반기에 추가로 인상할 예정이다.
식비와 생필품 가격,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등 ‘안 오르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교통비마저 오르자 시민들은 매일이 부담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시민들은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경기 남양주에서 잠실 인근으로 통근하는 직장인 권모(28)씨는 “한 달에 광역버스 요금으로만 20만원 정도가 나가서, 가끔 지하철을 타는데 이제는 지하철마저 올라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목동으로 통근하는 백모(39)씨는 “월 몇 만원 정도 더 나가는 게 월말 카드 명세서를 보면 체감이 될 것 같다”며 “각종 물가가 오르는 와중 월급은 제자리라서 박탈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남양주에서 여의도로 통근하는 김모(33)씨는 “부담이 젊은이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도 출퇴근 시간에는 요금을 부담하는 등 다른 기준도 필요한 것 같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통비가 큰 폭으로 오르자 시민들은 ‘궁여지책’으로 알뜰교통카드, 정기권 결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씨는 “알뜰교통카드를 사용하면 한 달에 2만원 정도는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교에서 일하는 직장인 임모(40)씨는 “시차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차라리 정기권을 끊어둔 후 조조할인 시간대를 노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통비가 오르면서 서울시는 월 6만 5000원의 정기권으로 지하철, 시내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등을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도 통합 정기권 ‘케이(K)패스’ 도입,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패스’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