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반환 승소 세입자, 새 임차인 계약에 비협조…대법 “이후 지연손해금 배제”
by박정수 기자
2023.05.24 06:00:00
세입자,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 승소…월세 내지 않은 채 수년간 거주
임대인, 판결 후 새 임차인 계약 협조 요청…세입자 “보증금 준비되면 연락 달라”
임대인, 기존 판결 지연손해금 부분 집행력 배제 청구이의 소송
1·2심 "판결 선고 뒤 생긴 사유"→대법 "이행 제공 어느 시점서 중지됐...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이긴 세입자가 계속해서 부동산에 거주하면서도 새 임차인을 구하기 위한 계약 체결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에 발생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지연손해금은 배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의 본소 가운데 소각하 부분을 제외한 원고(반소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24일 밝혔다.
B씨는 2011년 8월 22일 A씨와 임대차보증금 1억3000만원, 월차임 55만원(매월 9일 후불로 지급), 임대차기간 2011년 10월 10일부터 2013년 10월 9일까지로 정해 부동산을 임차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A씨에게 2011년 10월 10일 임대차보증금 1억3000만원을 전부 지급하고 부동산을 인도받아 거주하다가 임대차기간 만료 수개월 전부터 계약갱신거절 의사를 표시하면서 부동산을 인도할 테니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임대차기간 만료 전과 후에도 A씨가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기 위해 집을 보여주는 것에 협조했으나, 새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아 A씨는 B씨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 이 사건 부동산에는 2007년 12월 5일 채권최고액 4억4280만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이에 B씨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2014년 6월 11일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쳤다. 또 B씨는 A씨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A씨는 소장을 송달받고도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법원은 변론 없이 2014년 9월 26일 ‘A씨는 B씨에게 1억3000만원 및 이에 대해 2014년 8월 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B씨 승소판결을 선고했다.
판결 이후 A씨의 배우자는 2015년 7월 15일부터 10월 7일까지 여러 차례 B씨에게 새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해 부동산을 볼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B씨는 판결에 따른 금액이 준비되면 연락 달라는 취지의 답만 보냈다.
B씨는 2013년 4월 9일부터 A씨에게 차임을 지급하지 않은 채 거주하다가 2022년 5월 25일 A씨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했다. 또 B씨는 2022년 6월 15일 부동산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 참여해 임차권자로서 약 6976만원, 배당요구채권자로서 종전 사건 판결에 관한 소송비용액 약 324만원 및 이 사건 판결에 기해 발생한 채권 가운데 약 1억5037만원을 배당받았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부동산 인도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확정된 종국 판결 중 지연손해금 부분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종전 소송에서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미 원고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피고의 부동산 인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었고, 이 사건 판결 선고 후 원고가 동시이행 항변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판결 선고 뒤에 생긴 사유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이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일부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보증금 반환 판결 선고 전까지는 새 임차인을 구하는 데 협조를 하던 B씨가 이 사건 판결 선고 이후에는 A씨 측의 협조요청을 거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보증금 반환 판결 이후 새로 발생한 사유로서 이행제공의 중지라고 평가될 수 있으므로, A씨의 동시이행항변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심은 B씨의 이행제공이 어느 시점에서 중지됐는지를 심리해 그 시점까지의 지연손해금만을 인정한 후, 그 이후에 발생한 지연손해금에 관해서는 이 사건 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했어야 한다”면서 “원심판결에는 청구이의 소송에서의 이의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