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살해'에 '마약 음료'까지…강남 한폭판서 범행[사사건건]

by이소현 기자
2023.04.08 09:00:00

강남 학원가 덮친 ''퐁당 마약''…"알리겠다" 협박도
강남 납치·살해범 신상공개…''청부살인'' 배후 수사
''만취운전'' 김새론 1심 벌금형, 신혜성 징역 2년 구형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번 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 납치·살해’,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수’ 사건은 모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부유층 밀집 지역인 강남에서 범행의 타깃이 된 것인데요. 납치·살해 사건은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외침에 112신고와 경찰 출동은 일사천리로 이어졌지만, 범행 차량 추적이 늦어지면서 가상화폐(코인)를 둘러싼 계획범죄를 막진 못했습니다.

강남 학원가 학생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마약 음료수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행입니다. 특히 클럽 등에서 몰래 마약을 타 먹이는 이른바 ‘퐁당’ 마약 범죄가 미성년자들 대상으로까지 퍼졌다는 데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 수준에 준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건넨 마약이 담긴 음료수(사진=강남경찰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인데 시음 행사 중이에요.”

지난 3일 오후 6시께 2명씩 짝을 이룬 일당 4명이 각각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음료수를 건네 마시게 했습니다. 음료수병에는 유명 제약사의 상호와 함께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 ADHD’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일당이 건넨 음료수병에서는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경찰은 시음 행사 중인 음료수를 마신 고등학생 자녀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내용의 112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습니다. 피해 신고는 6건이며, 피해자는 7명으로 파악됩니다.

강남 일대에서 시음 행사를 한다며 필로폰 등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음료를 학생들에게 직접 건넨 용의자 4명은 모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40대 여성 A씨를 지난 5일 검거했으며, 용의자 중 20대 남성 B씨는 자수했습니다. 6일 오전에는 20대 여성 C씨가 자수했으며, 오후에는 마지막 용의자 D씨를 대구에서 긴급체포했습니다.

일당은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들을 속여 받아낸 부모 전화번호로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이스피싱과 음료 등에 몰래 마약을 타 먹이는 이른바 ‘퐁당’ 마약이 결합한 신종범죄로 보이는데요. 경찰은 이들의 배후에 범행을 계획한 총책이 있다고 보고 추적 중입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의 신상이 공개됐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한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의 신상정보가 공개됐습니다.

서울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는 지난 5일 이들의 이름과 나이·얼굴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일당이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납치 후 살해해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의 이익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경찰 수사는 청부살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가고 진행하고 있어 사건과 관련된 공범들의 구속은 늘어날 전망입니다.

강남 납치·살인 사건을 모의하는 과정에 가담한 공범인 20대 이모씨는 지난 6일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황대한은 이씨에게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한 대 사주겠다”며 범행을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씨는 황대한·연지호와 함께 범행 시기를 엿보다가 지난달 중순 손을 뗐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 윗선 배후로 지목돼 경찰에 체포된 코인업계 관계자 40대 유모씨가 8일 구속됐습니다. 유씨는 주범 이경우에게 착수금 명목의 돈을 주며 피해자 A(48)씨 납치·살해를 의뢰한 혐의(강도살인교사)를 받습니다. 경찰은 유씨 부부가 2021년 이경우에게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건넸고, 범행 직후에도 접촉한 정황을 확보해 지난 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백화점에서 유씨를 체포했습니다.

배우 김새론(왼쪽)이 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음주운전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그룹 신화 멤버 신혜성(본명 정필교)씨가 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연합)
이번 주에는 음주운전으로 법정에 선 연예인 2명이 있었습니다.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가로수, 변압기를 여러 차례 들이받는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김새론씨는 1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는 지난 5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음주운전은 생명,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범죄로 엄단할 필요가 있고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을 마친 김씨는 취재진과 만나 “죄송한 심정”이라며 “음주운전을 한 사실 자체는 잘못이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취 상태로 남의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해 기소된 그룹 신화의 멤버 신혜성씨도 법정에 섰습니다. 신씨는 지난 6일 서울동부지법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자동차 불법사용 혐의로 기소된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검찰은 신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신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평생 (노력하며) 살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