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美은행 1만원으로 112원 벌때 52원밖에 못벌어

by노희준 기자
2023.03.29 06:00:00

국내은행 ROA 등 수익성 지표 美 절반도 안돼
지난해 美 상업은행 1.12% VS 국내은행 0.52%
"예대마진 등 NIM 낮고 수수료 공짜 인식 강해"
마진 높은 신용대출 비중 20년간 12%p↓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지난해 성과급 잔치를 벌인 국내은행이 수익성 측면에서 미국 상업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데다 마진이 높은 신용대출보다 담보 및 보증 대출 비중이 큰 것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높은 이자이익 비중은 금리 상승기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8일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제이모건 체이스 뱅크,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파고, 시티은행 등 4대 은행을 포함한 미국 모든 상업은행의 총자산수익률(ROA)은 1.12%로 확인된다. ROA는 자산의 수익률로 당기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렸는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ROA가 1.12%라는 것은 1만원의 자산(자본+부채)을 굴려 112원을 번다는 의미다. 이는 같은 기간 지난해 국내은행 ROA 0.52%의 2배를 넘는다. 여기서 국내은행이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에 카카오뱅크(323410)·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까지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거꾸로 말하면 국내 은행의 수익성은 미국 은행의 4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같은 1만원을 미국 은행이 굴리면 112원을 벌 때 국내은행은 52원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미국 상업은행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실제 시계열을 최근 5년으로 넓혀봐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은행의 ROA가 미국 은행 ROA의 절반을 넘은 해는 2020년(ROA 0.71%, 59%)뿐이다. 나머지 모든 기간에는 40%~47%에 그쳤다.

이렇게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선진국과 비교해 떨어지는 것은 우선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로 발생하는 예대마진과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이자, 채권 부도에 대비한 충당금 등을 반영한 순이자마진(NIM, 모든 금리부자산의 운용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이 1.62%일 때 같은 기간 미국 상업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93%로 국내의 1.8배를 넘는다. 다른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미 은행간 ROA 그래프와 NIM 그래프는 거의 비슷하다.



이혁준 나이스 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국내는 특히 은행이 공공재라는 성격이 강해 금리를 낮추려는 사회적 압력이 커 순이자마진이 낮다”며 “은행 서비스에 대한 공짜 인식이 강해 수수료 수익도 작아 이자이익 비중이 거의 90%에 달하는 것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달한다. 미국 은행의 경우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비중이 6대4 정도 된다.

여기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담보나 보증부 대출이 많은 것도 국내은행 수익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이용해 국내 시중은행 담보별 대출 현황을 보면, 2001년 38.5%였던 신용대출 비중은 2021년 26.8%까지 11.7%포인트 줄어든 반면, 담보 및 보증 대출은 같은 기간 61.5%에서 73.2%로 그만큼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이 과점 구조에서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지적은 순이자마진이 낮고 수수료 수익을 벌기 힘든 국내 상황을 같이 봐야 한다”며 “이자이익에 집중된 수익구조가 금리 상승기 투자손실에서 파산에 이른 실리콘밸리은행(SVB)사태를 막아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