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윤정 기자
2022.10.19 06:30:00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 최근 우리 정부는 각종 정책에 사용되는 ‘문화재(文化財)’라는 단어를 ‘국가유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래 60년 만의 변화다. ‘문화재’라는 명칭으로 불리던 국보·보물 등 국가문화재도 이제는 ‘국가유산’으로 불리게 된다. 소유하는 ‘재산’ 개념을 넘어서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만들었으며, 왜 만들었는지를 살피고 현재는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전승돼야 하는 ‘정신적 자료’로 삼자는 의미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유형 또는 무형의 문화재에 대해 문화재 중심의 법적 사고를 토대로 보전과 복원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실정법상의 개념정의를 확장한 ‘국가유산’의 개념을 사용해 활용과 재창조, 다양성 증진 등에 초점을 두는 관점의 전환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과정에서 특히 필요한 것은 문화재보호에 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문화재보호법상 목적 조항, 원형 보존의 원칙에 관한 탄력적 해석이다. 문화재의 보존·관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문화재의 현상유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을 전제로 확장·심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문화예술 관련 단체, 전문가는 물론 시민들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화유산의 보존 관리 활용 등에 대한 논의와 결정에 각 주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함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합의가 형성될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가치도 자연스럽게 사회 전반에 재구성돼 계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문화재 관련 규제는 과도한 보존 위주로 행해지면서 개인의 재산권이나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규제를 집행하는 수단이나 규제 과정이 치밀하고 섬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제의 양이 아니라 규제의 품질이 나빴다는 뜻이다.
규제개혁은 정책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정부규제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다. 품질관리의 핵심은 제조과정에서 불량품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며, 불량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소비자가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찬가지로 규제의 품질은 규제의 성과, 유효성, 경제성 준수율, 투명성 등을 향상시키되 문화유산의 향유자가 되어야 하는 국민들과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규제로부터 국민이 받는 부담을 단순히 금지하는 행위나 제출해야 하는 서류만 가지고 판단하면 안된다. 그 규제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총체적인 판단과 상호책임성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문화재 보존을 위해 문화재 보호구역과 그 주변지역 주민의 재산권을 제한해야 한다면, 이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나머지 국민들을 대표해서 정부가 이들에게 재산상 손해로 나타나는 자산격차를 줄여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문화유산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보존제도만이 아니라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가 책임의식을 나누어 갖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재보호구역,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지정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과 개발지역의 상대적 자산격차를 줄여주는 일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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