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또 뛰었다…WTI 100달러 시대 다시 오나
by김정남 기자
2022.01.20 06:42:33
중동 등 전세계 지정학 위험에 배럴당 90달러 근접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국제유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 위험이 부각하면서 7년여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지난 18일(현지시간) 예멘 반군 후티 군인들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요충지인 샤브와 지역에서 경계에 나서고 있다.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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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92% 오른 배럴당 86.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이후 7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배럴당 88달러에 육박했다. 90달러 돌파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WTI 가격은 올해 한 달도 채 안 돼 15.62% 폭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6.08% 치솟았다.
유가는 너무 내려도 문제고 너무 올라도 문제다. 경제계와 시장은 ‘딱 적정한’ 유가 수준을 배럴당 50~60달러로 본다. 이른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다. 현재 배럴당 90달러에 가까운 고유가는 급등 국면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국제유가가 뛰는 건 지정학 위험이 도드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예멘 반군 후티가 드론을 이용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국제공항과 석유시설을 공격한데 이어 이날 이라크와 터키 사이의 원유 송유관이 폭발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커지고 있는 것이다. UAE는 세계 8번째 석유 생산국이다.
중동뿐만 아니다. 유럽 대륙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다음달 중에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러시아산(産) 원유 생산이 감소할 수 있는 재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오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담판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해법이 나올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근래 서방 진영과 러시아간 연쇄 담판은 모두 무위에 그쳤다.
CMC 마켓츠의 마이클 휴슨 수석시장분석가는 “지정학적 긴장감이 유가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원유 송유관 중단은 시장을 긴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요 반등 전망까지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낸 월간 보고서를 통해 내년 원유 수요 전망을 하루 20만배럴 증가한 330만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