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결말'이라 더 애틋해..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by윤종성 기자
2021.08.05 06:00:00

홍지희·해나·한재아 3인 3색 결말
잊고 지낸 ''아날로그 감성'' 일깨워
인간미 넘치는 로봇의 러브스토리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잠시 잊고 지냈던 순수 감성을 일깨우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번 시즌도 많은 관객들의 지지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짙은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으로 유명하다. 홀로 남겨질 상대방이 걱정돼 기억을 지운 로봇들이 정말로 기억을 지웠는지, 안 지웠는지 명확하지 않아 팬들 사이에서 늘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 왼쪽부터 클레어 역의 홍지희, 해나, 한재아(사진=CJ ENM)
대체로 팬들은 남자 로봇인 올리버는 기억을 지우지 않지만, 여자 로봇인 클레어 기억의 리셋 여부는 매 공연 관객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열린 결말’로 여기는 분위기다. 다시 만난 로봇들의 서로를 향한 눈빛은 ‘옛사랑의 아련함’일 때도, ‘첫만남의 호기심’일 때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초연부터 여주인공 클레어 역으로 출연해 이 작품의 ‘장인’으로 불리는 배우 전미도는 결말에 대해 다소 다른 견해를 밝힌 적 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객들이 생각하는 열린 결말도 좋다”면서도 “클레어는 기억을 지우고, 올리버는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게 더 마음에 들고 제목에도 맞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야 제목처럼 ‘해피엔딩’이 된다는 것이 전미도의 생각이다.

이번 시즌 클레어 역을 맡은 해나, 홍지희, 한재아 등 세 명의 클레어 생각은 어떨까. 두 시즌 연속 클레어로 출연 중인 한재아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 작품으로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한재아는 지난 시즌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기억을 안 지운다”고 언급했다. 그는 “무대 위 조명이 꺼지면 몇 초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그날 하루 모든 공연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면서 “도저히 (올리버에 대한) 기억을 지운 클레어를 연기 못 하겠더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한재아는 “올리버에 대한 미안함, 사랑에 대한 아픔이 커서 오히려 지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하지만 매 공연마다 다른 마음이라 지울 때도 있고, 안 지울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에 첫 출연하는 두 여배우도 ‘열린 결말’로 연기한다. 홍지희는 “제가 생각하는 해석은 있지만 뭐라 정해서 얘기하는 것 보다 공연을 보는 분들이 각자 느끼는 대로, 받아들여지는 대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을 지웠든, 지우지 않았든 올리버를 만난 이후의 클레어는 이미 행복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나는 “올리버를 위해서는 지워야 하는 것이 맞지만, 서로 사랑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배우고 새로운 추억이 쌓이고 또 그 기억들을 눈 앞에 두고 기억을 지우는 것이 많이 울컥한다”며 “클레어가 어떤 결정을 했을지는 관객들에게 맡기고 싶다”고 전했다.

한층 세밀하게 업그레이드된 무대와 더욱 깊어진 여운으로 1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나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9월 5일까지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한다. 이번 시즌 신성민, 임준혁, 정욱진, 홍지희, 해나, 한재아, 성종완, 이선근이 출연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장면(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