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힘의 논리가 지배한 최저임금 인상
by권소현 기자
2021.07.27 06:15:00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최저임금제도가 경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는 2가지로 엇갈린다. 먼저,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따뜻한 의미를 가진다. 다음, 정부가 정하는 최저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업종과 기업을 퇴출시켜 산업구조조정을 이루겠다는 냉엄한 경고가 감추어져 있다. 더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면 임금도 오르는 동시에 생산성도 향상되는 일거양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실세계는 가상세계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때가 허다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2022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주휴수당포함 11.007원)으로 정해지는 과정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들이 어떤 기준에서 누구의 이해관계를 얼마나 고려하였는지 궁금하다. 이래저래 그냥 울고만 싶다는 자영업자들의 의견은 얼마나 반영됐을까?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일자리를 잃을 까 두려워 인상을 오히려 반대하는 저임금근로자들의 아픈 사정도 경청했을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노동생산성을 측정하여 반영하는 최저임금 수준은 얼마인지 근거를 제시했어야 마땅하다. 적정 최저임금이 합리적으로 계산되었다면 다음 해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값만큼 올라야 바람직하다.
‘적정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노동생산성을 제대로 측정하고 반영하는 절차는 없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보면 논리적 타당성보다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줄다리기 끝에 힘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었다. 그러다보니 지불해야 할 임금보다 영업수익이 낮은 업종은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한다. 직장을 잃고 뒤늦게 시작한 자영업자들이 시설비 같은 매몰비용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다가 늘어나는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최저임금인상에다가 코로나19 불황까지 겹쳐 벼랑에 내몰린 245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1년 3월말 현재 자영업자의 개인사업자 대출(541조원)과 가계대출(291조원)을 합하여 832조에 달한다고 한다. 사업자 대출을 받고도 상황이 어려워지며 추가로 가계대출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다중채무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고금리 대출이 늘어나며 자영업자의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2020년 3월 196%에서 2020년말에는 238.7%까지 급속도로 늘어났다. 웬일인지 금통위가 서두르는 기준금리 인상 예고가 벌써부터 저신용자 대출금리를 부추기는 모습을 볼 때, ‘자영업자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점검해봐야 한다. 빚이 늘어나며 자영업자들은 정든 직원을 내보내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이 약 40% 가까이 인상되자, 저임금 근로자들 중에는 일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며 최저임금보다 낮게 받아도 좋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1차 산업혁명 후,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데다 풀려난 농노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노동 공급초과 현상이 심해지며 질곡의 삶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노예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빅토르 위고(V. Hugo)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무리 허둥대도 자식의 우윳값을 벌지 못하는 어려운 삶을 소설 ‘레 미제러블’을 통하여 고발했다. 17세기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는 밥만 먹여주면 24시간 일하겠다는 하층민들의 눈물겨운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후세에 작가들은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을 낮춰달라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아픈 모습을 어떤 시각으로 그려낼까?
임금은 낮아도 문제, 높아도 문제가 되므로 노동생산성 향상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돼야 경제순환에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 최저임금에 담겨 있는 상반된 메시지는, 후생복지와 원활한 경제순환을 위하여 노동생산성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불해야 마땅하다는 경제정의가 내포되어 있다. 최저임금이 노동생산성을 제대로 반영하여 합리적으로 결정되면 시장기능에 따라 산업구조조정도 저절로 진행되며 경제순환이 순조로울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적정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독립 연구’가 시급히 요청되는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