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취소될라 출하승인 받는 보톡스사들, 식약처 규제에 부담 가중

by왕해나 기자
2021.03.09 06:00:00

올해 휴젤, 메디톡스 등 국가출하승인 줄이어
보톡스 업체들 “수출용은 출하승인 안 받는 게 관행”
식약처 “국내 도매업체 판매도 국내 판매가 원칙”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올해 들어 국내 보톡스 업체들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해 앞다퉈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했다”면서 메디톡스의 주력제품인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에 대해 품목허가를 취소하자, 업체들이 품목허가 취소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보톡스 업체들은 그동안 수출용 제품의 경우에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식약처의 갑작스러운 제재가 제품 수출을 지연시키고 제반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사진=연합뉴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6개 제약사가 73개 제품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았다. 국내 보톡스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휴젤은 이 중 35개 제품, 대웅제약은 21개 제품, 휴온스는 6개 제품, 메디톡스는 5개 제품, 종근당은 3개 제품, 멀츠가 3개 제품을 국가출하승인 받았다.

국가출하승인제도는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 시중에 유통하기 전 국가에서 시험 및 서류 검토를 거쳐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제도다. 기존에 품목허가된 제품이더라도 제조단위별로 출하승인을 통과해야 판매할 수 있다. 이를 거치지 않고 국내에 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약사법 위반으로 품목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다만 약사법상 해외 수출용 의약품일 경우 수입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보톡스 업계는 관행적으로 대행업체를 통해 중국 등으로 수출을 하는 경우에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행업체가 국내 업체일 경우라도 수출용 제품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될 가능성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보톡스 업계관계자는 “도매업체에 넘긴 물품이 국내에서 판매될 경우에는 약사법 위반이 된다”면서도 “수출용 제품은 수입하는 국가의 규제를 받고 라벨 등도 모두 외국어로 돼 있는 데다 가격도 국내용보다 비싸기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될 유인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보톡스 업계의 이 같은 행위를 문제 삼으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메디톡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중국에 제품을 수출했다며 메디톡신 등 5개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에는 식약처가 휴젤의 보톡스 국가출하승인 여부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수출을 담당하는 도매상에 수출을 목적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휴젤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업을 영위해 왔고, 앞으로도 관련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보톡스 업계에서는 국가출하승인에 대한 식약처 조사와 품목허가취소 처분이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보톡스 업체들의 국가출하승인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휴젤은 올 들어 대부분의 보톡스 제품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았다. 메디톡스도 2월과 3월에 코어톡스 3단계, 메디톡신주 1단계 등 톡신 제품을 승인받으며 사업 재개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국가출하승인까지 2~3개월이 소요되는 데다 승인을 받기 위한 자료준비를 추가로 해야하는 만큼 불필요한 규제 추가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톡스 업체들은 토로했다. 실제로 국가출하승인은 전기전자, 정유화학 등 다른 업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로 식품과 의약품에 국한돼 적용되는 규제다. 또다른 보톡스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품들은 이미 국내에서 문제없이 판매되는 제품들”이라면서 “해외 수출을 지연시키는 이중규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상 국내 도매업체에게 제품을 넘기는 경우에는 국내에서 판매된 걸로 보고 있고 수입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국가출하승인을 면제하고 있다”면서 “법령과 다른 관행이 있었다면 앞으로 바로잡아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보톡스 업계와 식약처의 입장 차이는 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가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현재 법적 다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