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여성암]남자도 유방이 생길 수 있다?
by이순용 기자
2020.10.31 07:52:44
[우주현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교수] 유선 조직의 증식으로 임상적으로 만져지거나 육안으로 봐도 유방이 크게 보이는 것을 ‘여성형 유방’이라고 한다. 여성형 유방은 유방을 자극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이와 반대작용을 하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져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나타난다.
남자 아기들은 엄마로부터 받아 남아 있는 여성 호르몬 때문에 여성형 유방이 생길 수 있다. 남자도 정상적으로 에스트로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사춘기 남자아이나 테
스토스테론을 덜 생산하는 노년기 남성에게서 호르몬 균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사춘기 남자 아이의 절반, 50세 이상 남성 3명 중 2명이 정도는 다르지만 여성형 유방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우는 여성형 유방이 한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자연 소실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형 유방 환자들은 양쪽, 때로는 비대칭적으로 유두 아래에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통증과 압통을 느껴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환자에게서 병력을 확인하고 이학적 촉진 촉진으로 신체검진을 한 후 증상의 원인을 찾고 진단을 하기 위해 혈액 및 소변검사, 유방 촬영술을 시행한다.
여성형 유방은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디아제팜 같은 항불안제, 칼슘채널차단제와 같은 심장약, 시메티딘 같은 위장관약, 전립선질환 혹은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항안드로겐제, 운동선수들이 복용하는 단백동화스테로이드(Anabolic-Androgenic Steroids: AAS) 등은 여성형 유방을 일으킬 수 있다. 의심되는 약물이 있다면 사용을 중단시킨 후, 한 달 후 변화를 확인한다. 반드시 복용해야 할 약물이라면 여성형 유방을 적게 일으키는 다른 약물로 교환하여 복용하는 등 처치가 필요하다.
다른 질환들로 인해 여성형 유방이 생기기도 한다. 고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상이나 질환으로 인해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어 내는데 문제가 생기거나 갑상선 질환, 심각한 신장 기능 장애, 간기능 이상이 있는 경우, 폐나 뇌하수체, 부신 등의 종양이 있는 경우, 비만으로 인해 에스트로겐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남성에서 유방이 커져있다면 감별해야하는 질환 중에는 ‘가성 여성형유방(pseudogynecomastia)’ 혹은 ‘지방형 유방(lipomastia)’이 있다. 이는 유선의 증식이 아닌 지방의 축적으로 인해 유방이 커진 것으로 비만인 사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또 다른 질환은 유방암이다. 남성에서도 드물지만 유방암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방에 종물이 의심된다면 이를 감별하기 위해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이처럼 여성형 유방의 원인이 다양하므로 치료도 원인에 따라 다르다. 환자가 심한 통증과 압통 또는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치심을 갖는 경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는 여성형 유방의 활동성 증식기 때 해야 효과적이다. 여성형 유방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유선조직이 비활동성 섬유조직으로 변해 약물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약물치료에 쓰이는 약제로는 항에스트로겐제제인 타목시펜과 클로미펜이 있다.
내과적 치료에 실패한 경우에는 외과적 절제술를 고려하게 된다. 유두가 함몰되거나 흉터가 많이 남지 않도록 미용적인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지방흡입술과의 복합치료법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