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서 놀던 개미, 코스피로 영역확대
by유준하 기자
2020.07.20 01:00:00
7월 개인 거래대금 8.1조…전년 2조원수준대비 4배↑
코스닥보다 변동성 낮지만 안정적 `단타` 가능
신용거래융자 최고…빚투도 삼성전자 최대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개미들은 주로 코스닥에서 논다? 이젠 아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열풍이 불면서 증시에 등장한 동학개미들은 코스닥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의 거래를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아 단기투자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코스닥을 선호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기본은 하는’ 대형 우량주에 안전하게 투자하려는 성향이 높아진 것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체 증시 개인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인 6조원 대비 약 2.3배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2조4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으로 증가하며 2.5배나 늘었다. 코스닥 시장 개인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6000억원으로 2배 증가한 것에 비해 코스피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시장별 개인 일평균 거래대금을 분기별로 나눠보면 유가증권 시장은 지난해 평균 2조4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엔 4조1000억원, 2분기 7조6000억원으로 늘었고, 7월(17일까지)엔 8조1000억원으로 더 가팔라졌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해 평균 3조6250억원에서 1분기엔 5조8000억원, 2분기 9조2000억원, 3분기는 9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율로 놓고 보면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대금은 전년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나며 약 2.5배 증가한 코스닥을 앞질렀다.
개인이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유가증권시장에서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 개인 거래비중이 지난해 대비 84.7%에서 올해 87.1%로 2.4%포인트 상승한 데 그쳤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선 같은 기간 47.5%에서 61.3%로 13.8%포인트 뛰었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유가증권시장이 5배 이상 높다.
회전율도 3배 가까이 높아졌다. 손바뀜이 빨라졌다는 뜻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분기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회전율은 486%로 작년 평균 179% 대비 2.7배 높았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반등에 성공하면서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개인투자자들의 매매가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동안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단연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였다.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7조9124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뒤이어 삼성전자우(005935)(2조2590억원), SK하이닉스(000660)(1조8430억원), NAVER(035420)(1조2759억원), SK(034730)(1조1493억원), 한국전력(015760)(1조1428억원) 순이었다.
유가증권 시장 내 개인 비중이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신용거래융자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유가증권 시장 신용거래융자는 전거래일 대비 543억원 증가한 6조4549억원으로 집계됐다. 4거래일 연속 1998년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전 최대치는 지난 2018년 6월 12일 기준 6조2945억원이다. 연초 4조618억원 수준이던 유가증권시장 내 신용거래융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3월 27일 3조753억원까지 줄었지만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 역시 삼성전자(005930)였다. 삼성전자(005930)에는 2369억1000만원 어치의 융자가 늘었다. 뒤이어 SK(034730)(1658억4800만원), 셀트리온(068270)(1338억2200만원), SK하이닉스(000660)(1247억8600만원), 부광약품(003000)(1073억2300만원), NAVER(035420)(874억8900만원), 카카오(035720)(857억4000만원) 순이었다. 개인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역시 대형주 위주로 늘어난 셈이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시기 전후로 개인이 제일 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식이 바로 우량주”라면서 “대표적 예로 삼성전자를 들 수 있는데 개인은 아무래도 접근이 용이하고 안정적, 신뢰할 수 있는 우량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기동성 있는 투자를 위해서는 심도있는 기업 분석보다는 대형 우량주가 훨씬 유리하다”면서 “최근 시장은 수급 주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보는데 워낙 시장 반응 속도가 빨라진 것도 개인 매수세가 우량주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는 레버리지효과로 잘 되면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시장이 악화되면 위험할 수 있다”며 “결국 종목 별 펀더멘털을 따진 ‘옥석가리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