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백과] 질병 아닌 다낭성난소증후군, 다학적 접근이 필요해
by이순용 기자
2020.06.14 09:03:11
[김현진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24세 여성이 6개월간 지속된 무월경으로 산부인과에 내원했다. 초경이 15세에 시작된 후 계속 생리가 불규칙했고, 학창시절부터 지속되는 여드름이 큰 스트레스다. 진료 후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는 진단과 피임제를 복용하자는 처방을 받았다. 이런 경우는 외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례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질병이 아닌 증후군이다. 생리불순(희발 월경)과 남성 호르몬 과다, 초음파상 보이는 특징적 난소의 모습 중 2가지 이상의 특징을 가질 때 진단할 수 있다. 무배란을 일으켜 생리를 불규칙적이거나 아예 하지 않으며, 여드름, 다모증과 같은 남성 호르몬 과다 증상과 함께 당 불내성, 당뇨와 같은 대사장애, 비만, 섭식장애, 우울증 등을 동반하기 쉽기 때문에 다학적 접근이 필요한 증상군이다.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 엄격한 진단을 요구하여, 초경 후 8년 이내의 경우에는 초음파상 다낭성 난소와 같은 모양이 나타나더라도 진단할 수 없도록 발표됐다. 실제로 초경 후 1년 이내에는 불규칙한 생리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3년 이내의 경우에는 희발 월경의 정의가 생리주기 21일 이내 또는 45일 이후로 그 범위가 넓다. 따라서 청소년에서는 진단이 조심스러워야 한다.
진단은 불규칙한 월경과 여드름, 원형탈모 등의 남성 호르몬 과다 증상이 있는 경우에 기타 원인을 배제한 후 진단 가능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불규칙한 월경만 있는 경우에는 성인에서 초음파로 다낭성 여부 평가 후 기타 원인이 없을 때 진단할 수 있다.
희발 월경과 남성 호르몬 과다를 조절하기 위한 대표적인 약제는 경구 피임제다. 다만 단순히 규칙적인 월경만이 치료의 목표가 아니고 대사질환 및 생활습관에 대한 평가 및 확인, 치료가 필요하다. 6개월에서 1년에 한번 병원에 방문하여 비만 여부를 확인하고, 과체중 혹은 비만의 경우 공복지질검사가 필요하다. 당뇨 위험도 평가도 필수적이다. 특히 동양인의 경우 당뇨 위험도가 다른 인종에 비해 5배 정도 높으며 비만에 의해 악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대한 치료 및 관리가 필수적이며, 과체중/비만과 당뇨 위험을 낮추기 위해 생활습관 교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자궁내막암의 위험도가 높지만 절대 위험도는 높지 않으므로 주기적인 생리 유도가 중요하고, 불안, 우울증과 같은 신경정신과적 평가도 필요하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다방면의 평가와 치료가 고려되어야 한다. 필자는 고혈압, 당뇨 등의 내과 질환처럼 장기간 관리하고 예방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그러하며, 한 번에 낫거나 변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지 말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