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종호 기자
2020.04.25 07:07:08
최영일 초이스미트 대표 인터뷰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서울 성동구 마장동 일대. 이곳에는 1963년 문을 연 도·소매 축산시장인 마장축산물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으로 점포만 3000여개, 종사자는 1만2000여명에 달한다. 전국 소·돼지 등 축산물이 이곳을 거쳐 수도권 대형마트부터 음식점, 정육점 등에 유통된다. 수도권 육류의 70%를 담당한다고 하니 이곳이 장사를 멈추면 수도권에서는 고기 맛을 보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마장축산물시장에 무일푼으로 발을 디뎌 칼 한 자루로 연 300억원대 회사 CEO가 된 인물이 있다. 바로 ‘마장동 최박사’로 불리는 최영일 초이스미트 대표(가양식품 이사)다. 취업이 어려운 이때 청년들에게 마장동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봤다.
△1985년 상경해 봉제공장에서 5년간 일했다. 이후 1991년 마장축산물시장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돼지가 새벽 4시에 들어와 도축 후 오전 10시 경매를 진행한다. 내가 처음에 하던 일은 기술자가 발골한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포장하고 이곳저곳에 배달하는 일이다. 칼을 다루는 위험한 일이다 보니 처음에는 단순 심부름만 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서 작은 칼로 가장 싼 부위인 뒷다리부터 시작해 발골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2002년까지 기술자의 길을 걸었다.
△ 어릴 적 워낙 가난했다. 때문에 평소 월급쟁이가 아닌 작은 가게라도 가져야겠다는 뜻을 품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마장축산물시장에 들어온 뒤 기술자로 일하면서도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사실 기술을 익혀 발골하는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일을 하면서도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이익을 가져올까’라는 생각을 지속 품다 보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 2002년 월드컵 당시 주변 사람들이 월드컵에 열광할 때 나는 새벽 4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했기 때문에 이를 즐길 시간이 없었다. 서울 모든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명함을 돌렸다. 그렇게 3년을 버티자 사업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총각이어서 그렇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웃음). 현재는 50여명의 직원을 두고 연간 3만두 규모의 축산물을 유통·판매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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