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0.04.17 05:00:00
총선은 끝났어도 현 20대 국회의 임기는 끝나지 않았다. 다음 달 29일까지이니, 아직 한 달 반이나 남아 있다. 지난 국회에서는 발의된 법안 중 약 30%만 처리되는 등 건설적 논의는커녕 툭하면 명분 없는 단식과 볼썽사나운 몸싸움만 벌어졌다. 이처럼 본연의 임무에 소홀히 한 채 선거법 개정과 검찰 개혁 등 각종 쟁점을 놓고 오히려 극한 대립만 되풀이됐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에 여야 의원들 스스로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다. 20대 국회가 남은 임기에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본인들에게 달렸다.
그러나 어제 임시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법안 논의 기미는 엿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회기로, 선거 전에 이뤄진 여야 합의에 따라 소집된 것이다. 총선 후유증이 수습되지 않았다는 둥 변명의 소리만 들려온다. 그렇다면 총선 다음날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합의한 것은 처음부터 보여주기 의도였다는 건가. 더 이상의 질타를 받지 않으려면 당장 임시국회를 정상 가동해 시급한 현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은 정부가 어제 제출한 2차 추가경정 예산안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안이다. 정부는 소득하위 70%에게만 지급하자는 안을 고수하고 있으나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지급 대상과 금액 확대를 주장한 터여서 깊이 있는 심의가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의 충격으로 휘청거리는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취지의 법안들도 기다리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 유통산업발전법, 사회적경제지원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주 52시간제 신축 적용을 위한 보완입법 등 기업계의 요구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처리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경제 비상시국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n번방’ 유사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이 시급한 데다 ‘일하는 국회법’에 대한 논의와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약속한 4·3특별법 개정 논의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원래 취지는 실종된 채 부작용만 일으킨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대해서도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여야 의원들이 제 밥값을 함으로써 땅바닥에 떨어진 명예를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