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추문, 축구팀 선수 선발 '청탁'도…'지방의회 무용론' 고개
by박진환 기자
2019.06.07 06:10:00
대전시의회의장, 프로축구 선수선발 개입 의혹 수사中
세종의회선 시의원이 교육청에 학원비 인상 주문 논란
충북·충남 등도 지방의회 의원들의 불법·일탈행위 계속
|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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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하면서 불거진 ‘지방의회 무용론’이 충청권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 곳곳에서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 8기 동안 지방의회가 성숙된 모습을 보이기 보다 의원들 사리사욕을 챙기거나 묻지마식 의정 활동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은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에 개입한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선수 선발을 앞두고 고종수 당시 감독에게 특정 선수를 추천해 선수선발위원회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경찰은 김 의장이 지인의 아들을 추천하고, 선수로 선발될 수 있도록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의장이 대전시티즌 지원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청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세종에서는 최근까지 학원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시의회 의원이 학원비 인상을 주문해 논란을 빚고 있다.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 소속 박용희(비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세종시교육청 행정사무 감사에서 “2012년 세종시교육청이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학원비 분당 단가가 동결된 상황”이라며 “사교육비를 지나치게 억제하면 학원이 도산하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도 해마다 임금협상을 하고 매년 물가가 오르는데 교육청이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학원비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하기 전 5년여 동안 보습학원과 논술학원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충북 도의원은 축사를 불법 증·개축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역사회에 공분을 사고 있다.
이수완 도의원은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동리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은 가건물에 불법 컨테이너와 조립식 창고(80㎡ 규모)를 증·개축한 게 드러나 최근 진천군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덕산면 석장리 농장의 일부 축사를 불법 증·개축한 사실도 드러났다. 축사 7개동 중 3개동은 농지와 산지 전용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의회의 경우 유병국 의장 등의 잦은 해외출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유 의장 등 도의원 4명과 의회사무처 직원 3명 등 7명은 지난달 25~31일 크로아티아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의원 1인당 예산은 509만원으로 전액 도비로 충당했다.
유 의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제9회 동북아 지방의회 의정 포럼 참석을 위해 몽골에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10개월 동안 총 6차례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불·탈법 및 일탈행위가 계속되면서 함량 미달 의원을 조기에 퇴출하거나 지방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양당 구도의 정당공천제에 있다. 전문성보다는 충성도가 당선을 좌우하는 풍토 때문에 지방의회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며 “지방의회 보좌·평가 시스템 문제도 지방의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