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임대업 대출 손본다지만…애꿎은 영세업자에 불똥튀나

by장순원 기자
2019.04.12 06:00:00

개인사업자대출 급증..3월 319兆
제한 필요하지만 부작용 우려도 커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개인사업자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전반적으로 죄야 하지만 자칫 돈줄을 끊을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돈은 죄면서도 꼭 필요한 자금은 원활히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19조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원 늘어 증가폭으로는 작년 11월(2조4000억원) 이후 최대다.

실제 3월 말 현재 KB·신한·우리·KEB하나은행을 비롯한 4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193조9208억원으로 집계돼 20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2018년 174조원에서 1년여 사이 약 20조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12.5%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5.8%와 견주면 거의 2배 빠른 속도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이끈 것은 부동산임대업 대출이다. 임대업대출은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비중이 30% 초반대에 불과했으나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른데다 정부의 임대사업자 양성화 대책이 어우러지며 관련 대출이 급격히 늘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9·13 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포함해 전방위적인 가계대출억제책을 내놓은 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이 움츠러든 것과 비교해 개인사업자 대출이 좀처럼 잡히자않자 금융당국도 전방위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일단 전체 개인사업자대출은 작년과 견줘 증가율 12%, 부동산임대업대출은 11% 이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제한할 계획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의 전반적인 증가세는 안정화하면서 부동산임대업에 쏠렸던 대출이 생산적인 업종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출을 죄면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금융접근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금융당국도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얼마 전 간담회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에는 사업을 위한 대출과 일반 가계대출 성격이 뒤섞여 규제 수위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특히 오는 6월 제2금융권에 DSR를 도입할 예정인데, 이와 맞물리면서 서민의 돈줄이 마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영세 서민들이 찾는 2금융권은 규제수위가 올라가며 지난달 가계 대출 잔액은 지난달 1조9000억원 감소했다.

금융위 일단 이미 발표한 초저금리 대출, 자영업자 맞춤형 보증지원 등도 차질없이 추진해 꼭 필요한 곳에 돈줄이 끊기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이 취급하던 규모를 갑자기 줄이기는 쉽지 않고 부동산 경기상황 따라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제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나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통해 사업이나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던 길이 막히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