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안해먹는 1인가구…주방 쓸돈 아껴 스마트주택 선보인다"

by김용운 기자
2019.04.09 06:00:00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
택지사업본부 폐지, 공간사업본부 신설 등 변화 이끌어
"1~2가구 시대 주거공간 선도하는 기업 되겠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이 지난 4일 이데일리와 만나 취임 후 지난 1년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말하고 있다. 김 사장은 특히 1~2가구 변화에 따른 새로운 주거유형을 SH공사가 선도적으로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SH공사)
[대담 이데일리 정수영 부장, 정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00년간 도시 성장의 근간이 됐던 도심 팽창형 도시계획은 이제 끝났다. 1~2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도로가 자동차 중심에서 인간 보행 중심으로 바뀌면서 도시도 팽창형이 아닌 집중형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SH공사)가 선두에 서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걸맞는 맞춤형 주거유형을 만들어 나가겠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그리는 21세기 변화하는 서울 도심 형태에 맞춘 주거 모습이다. 그는 서울 내 1~2인 가구가 50% 이상으로 크게 늘었고, 4차산업 기술이 시대적 화두인 만큼 이를 주택에도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임기의 전반부를 마치며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라는 평을 받고 있는 김 사장을 지난 4일 SH공사 사옥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사장은 무엇보다 1~2인 가구에 맞춘 새로운 주거형태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7년 기준 서울의 1~2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57%로 절반이 넘는다. 지방과 달리 서울은 대부분 20~30대로, 이들의 생활방식은 3~4인 가구가 주류인 40~50대 기성세대와 달리 정보기술(IT)에 익숙하고 취미 등 여가를 즐기기를 좋아하는 만큼 여기에 부합한 커뮤니티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임대주택 단지 재건축 계획도 밝혔다. 그는 “준공한지 30년이 넘어 낡은 임대주택 단지도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여건을 개선하고, 일부는 분양아파트를 확충해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택지사업본부를 공간사업본부로 바꿨다. 이유는 하나다. 이제 서울에서 개발할 공공택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땅이 아닌 공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자산운용본부를 세웠다. 현재 SH공사가 20만호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 이를 자산운용본부에서 맡도록 했다. 주민 입장에서 보면 도시재생과 주거복지 구분이 안 된다. 두 가지를 통합해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도 ‘빈집뱅크’를 도입했다. 빈집 문제에 SH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한다. 서울에 빈집이 9만 가구다. SH가 빈집을 다시 매입 해 리모델링을 한 뒤 원하는 사람 간에 거래해주는 공간도 만들려고 한다. 이렇게 SH공사만의 빈집 관리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올해 400호의 빈집을 매입해 주택으로 바꾸거나 스타트업 공간으로 임대할 계획이다.”

“현재 도시개발모델은 20세기 초반 자동차의 발달과 그에 따른 도로 확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덕분에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집안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는 집과 도시 인프라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21세기 접어들면서 변화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당장 우리 사회만 보더라도 1~2인 가구가 가장 많아지고, 자동차나 집이나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집에서 밥도 거의 해먹지 않는다. 도심집중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해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짓자고 한 데 우리가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SH가 민간기업이 사업성 때문에 쉽게 할 수 없는 새로운 주거유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1~2가구에 알맞은 평형을 개발하고 IT기술과 스마트폰 등을 접목 시켜 과거의 공동주택과 다른 스마트주택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아파트 공사비 중에 돈이 많이 드는 부분이 주방과 싱크대 설치다. 그러나 앞으로 1~2인 가구 중심의 집에는 주방과 싱크대가 전처럼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집에서 거의 밥을 해 먹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주방과 싱크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 다른 쪽에 투자하면 된다. 입주자들은 벽지를 바를 때 돈이 많이 드는데 이것을 판넬로 하면 벽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건축 기술의 발전으로 모듈러 공법 등을 도입하면 공사 단가가 또 줄어든다. 우리가 공기업이다 보니 임대주택 들어가는 건축비 총량을 줄이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건축비 중에 각 공사별 비율 조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서울에는 이제 택지 개발할 땅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차고지나 차량기지 주변, 혹은 관공서 리모델링 시 주상복합으로 하는 것 등이다. 그 중 하나가 도로 위에 짓는 집이었다. 유수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은 땅값 상승 등으로 돈이 예상보다 더 들었다. 대지 위에 지으면 토지가격 상승에 따른 건축비 인상도 막기 어렵다. 하지만 도로에 지으면 평당 단가가 850만~1000만원 사이에 지을 수 있다. 허공에다 짓는 건물이기 때문에 대지가격 인상을 반영하지 않아도 돼서다. 서울외곽고속도로의 시흥하늘휴게소처럼 도로 위에 건물을 놓은 것을 떠올리면 된다. 현재 건축 공법이 좋아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진동이나 소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 공법부터 제가 직접 참여해 같이 검토하고 있다. 상반기 안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발표할 예정이다.

“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주택공사나 대한주택공사에서 짓는 아파트가 민간 아파트보다 인기가 좋았다. 대형 단지를 통해 시대를 선도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했다. 결론 중 하나가 청년주택과 신혼주택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현재 박 시장께서 공약한 서울시 24만호 공급 중 14만 5000호 정도가 청년과 신혼주택 물량이다. 이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그 결과 나온 게 ‘청신호’라는 주택 브랜드다. 그동안 청년, 신혼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20개가 넘는 특화평면들을 개발했다. SH가 앞으로 1~2인 가구, 청년 신혼주택을 짓고 관리하는 데 세계 최고 기업으로 가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

△1965년 광주 출생 △고려대 건축공학 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석사 △고려대 대학원 건축공학 박사 △고려대 건축공학과 교수 △2006~2010년 서울시 마스터플래너 △2011~2013년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 △2012~2015년 고려대 관리처장 △2013~2015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2014~2015년 컬럼비아대 겸직교수 △2018년~ 제14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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