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Q 사상 첫 법인세 1조 돌파..세율 인상도 영향

by양희동 기자
2018.05.10 05:00:00

영업이익 전분기 대비 2.2% 감소
법인세 오히려 24% 늘어..연간 60% 증가 예상
이월세액 공제 소진·최고세율 25% 인상 등 영향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SK하이닉스(000660)의 분기별 법인세가 올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작년 4분기보다 1000억원 가까이 감소했지만, 법인세는 약 2300억원을 오히려 더 내게 될 전망이다. 이월세액 공제가 지난해 모두 소진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초(超)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고세율이 올해부터 기존 22%에서 25%로 인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 한해 낼 법인세도 지난해보다 60%가량 늘어난 약 4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법인세 규모는 총 1조 169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전분기(9380억원) 대비 24.6%(2310억원) 증가했다. 오는 15일 발표될 예정인 국내 법인세의 비중은 중국 등 해외법인을 포함한 전체 법인세 중 약 98% 수준으로 예측된다. 또 2018년 한해 SK하이닉스가 국내에서 낼 법인세 규모는 4조 5000억원 안팎으로 지난해(2조 7973억원)보다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의 이런 큰 폭의 법인세 증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과 함께 올해부터 과세표준 구간 3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상(22%→25%)’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조 3670억원으로 전분기(4조 4660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반면 법인세는 수익이 줄었는데도 오히려 25% 가까이 대폭 증가했다. 업계에선 전체 법인세 증가분 가운데 최고세율 인상이 영향을 미친 부분은 ‘3분의 1’ 정도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법정 법인세 최고세율 상승과 함께 법인세 감소 효과가 있는 이월세액 공제가 지난해 다 소진된 부분이 올 1분기 법인세 비용 증가에 가장 큰 원인”이라며 “조만간 발표될 국내 법인세 비용은 전분기와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법인세 부담 증가가 자칫 향후 투자 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시설투자금으로 전년(10조 300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13조 4000억원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명영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지난 4월 말 가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다자 간 전화회의)에서 “공정 난이도 증가로 연구개발(R&D) 투자도 늘고 1X나노와 72단 3D낸드 램프업 등으로 인해 장비 투자도 많이 됐다”며 “3D낸드 전용인 청주 M15 공장도 애초 계획한 연말보다 클린룸을 앞당겨 오픈할 예정”이라고 투자비 증가 배경을 설명했었다. 여기에 D램 생산 시설인 중국 우시 공장 증설도 연내에 마무리해 서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D램 수요에도 조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SK하이닉스는 경쟁업체들과의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미세 공정 난이도가 높아질 수록 더 많은 시설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천과 청주 등 국내에 생산 거점을 가지고 있는 특성상 법인세 부담이 증가할 경우 투자비 감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 주식 배당금 결정에서도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배당금이 주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주당 1000원으로 결정한 요인 중 하나로 법인세 증가를 꼽은 바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장치 산업인 반도체 분야는 경기 변동성에 민감하고 매년 조(兆) 단위의 선행 투자를 지속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반도체 경기 둔화 우려와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 세금이 더 늘어난다면 사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