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소음]④유튜버 미니유, "당신의 마음에 편안함을 선물해요"
by함지현 기자
2018.05.04 06:00:00
유튜버 ''미니유'', 상황극 통해 다양한 소리 선사
귀 청소·면도·영화 패러디·먹방 등 콘셉트 선봬
불면증·삶에 지친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 제공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찰랑찰랑 찻물이 줄렁이더니 이내 덜그럭거리는 유리잔에 차가 조르르 담겨진다. 조용히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소복한 샤워 솜 소리, 몸을 쓸어내리는 쓱쓱 거리는 소리는 마치 내 몸을 누군가 닦아주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따금씩 “아가씨~”하고 부르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조용한 목소리는 흡사 나에게 직접 얘기를 하는 듯하다. 마른 꽃잎을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사탕 먹는 소리, 뾰족한 이 탓에 아파하는 아가씨를 위해 골무를 손에 끼고 이를 갈아주는 소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른함에 빠져 든다.
유튜버 ‘미니유’(29)가 지난 2016년, 영화 ‘아가씨’의 샤워장면을 패러디해 선보인 이 영상은 135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영화 장면이 떠오르면서 마치 본인이 목욕을 받는 듯한 나른한 느낌을 받았다는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미니유는 이밖에도 귀 청소나 면도, 미용실, 중국 황실 마사지, 산소를 파는 가게의 역할 연기 뿐 아니라 치킨, 초콜릿, 딸기사탕을 먹는 ‘먹방’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들으면 편안함을 주는 소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을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유튜버 미니유로부터 ASMR 콘텐츠 제작자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지난 2013년부터 ASMR 개인 방송을 선보이고 있는 그의 채널은 어느덧 구독자 수도 43만 명을 훌쩍 넘어 섰다. 제작한 영상만도 650개에 달한다.
미니유는 우연한 기회에 ASMR 영상을 접한 게 콘텐츠 제작자로 나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으로 심적으로 힘들었던 당시 그에게 ASMR은 위안이 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ASMR은 너무나 생소한 분야였던 만큼 한국어로 제작된 영상은 없었다. 미니유는 개인방송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심지어 유튜브 시청조자 하지 않았지만 연극을 했던 경험을 발판 삼아 본인이 직접 한국어 ASMR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초반에는 ASMR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영상을 올리면 ‘대체 이게 뭐하는 거냐’며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히 한 분야에 집중한 결과 ASMR의 1세대 제공자로서 많은 팬들을 보유하게 됐다. 한 달 수입도 약 400만~500만 원 정도로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
그는 ASMR을 제공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음 차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콘텐츠는 대부분 시청자들이 밤에 잠을 자기 위해 듣는다. 소음에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는 뜻이다. 본인이 의도한 것 이외의 소리는 일절 담겨서는 안 된다. 미니유는 이를 위해 집 안에 방음 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했다.
미니유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총동원한다. 특별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역할놀이를 하는 방식을 주로 쓴다. 가장 최근 선보인 ‘산소 파는 가게 ASMR’이 대표적이다. 미래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산소도 돈을 내고 사서 마시는 시대가 온다는 설정 아래 본인이 산소 파는 가게의 주인이 돼 숨소리나 자연의 소리 등을 전달한다.
이런 영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배경 소품을 준비하는 데에만 하루에서 이틀이 걸리고 촬영은 하루 종일 진행한다. 만약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재촬영을 하기도 하며 편집에 다시 하루에서 이틀이 소요된다. 미니유는 일주일에 많아야 3편을 완성할 만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댓글이나 메일 등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해오는 시청자가 있어서다. 우울하고 힘든 삶에 힘이 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들 대부분은 학업이나 취업 준비로 힘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 여성들이다. 미니유는 “그런 분들의 사연을 접하면 마치 과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진정성 있게 콘텐츠를 만들게 된다”고 했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소리로 치유 받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