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8·V30·아이폰X '삼국지' 개막…당신의 선택은?
by최성근 기자
2017.09.23 04:00:00
애플 삼성 LG 잇달아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
100만원대 고가..취향·목적 따라 호불호 갈릴듯
[이데일리 최성근 기자] 올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3일(한국시간) 애플 ‘아이폰X(텐)’이 공개된 데 이어 일주일 뒤 삼성전자(005930) ‘갤럭시노트8’(갤노트8), LG전자(066570) ‘V30’이 판매를 시작하면서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세 모델은 외관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세부 기능을 보면 각각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 갤노트8은 편의성과 실용성을 강화한 ‘S펜’, V30은 고성능 카메라와 오디오가 강점이다. 아이폰X은 화면이 꽉 찬 형태의 디자인과 안면 스캔 인증방식인 페이스 ID가 눈에 띈다. 따라서 사용자 간 취향이나 사용 목적에 따라 선호도가 뚜렷하게 갈릴 전망이다.
외관은 아이폰X과 갤노트8, V30이 서로 닮았다는 평이다. 세 제품 모두 전면 테두리를 없애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후면 듀얼 카메라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애플이 10년간 고수하던 디자인을 버리는 등 가장 큰 변화를 시도했다. 애플 아이폰은 X테두리가 거의 없는 ‘베젤리스’ 디자인을 채택하고 홈 버튼을 없앴다. V30도 LG전자 최초로 OLED 디스플레이와 베젤리스를 탑재했다.
베젤리스를 적용하면 스마트폰에서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영상 감상이나 게임을 할 때 몰입감이 더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또 세 제품 모두 전면 물리버튼을 없앴는데, 대체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갤노트8은 압력센서와 소프트키로, V30은 두 번 두드리면 켜지고 꺼지는 ‘노크온’ 기능과 소프트키로, 아이폰X은 화면을 만지거나 기기를 들어 화면을 켜고 홈 화면에서 아래에서 위로 손가락을 쓸어 올리는 방식을 통해 각각 홈 버튼 기능을 구현했다.
화면크기는 갤노트8이 6.3인치, V30이 6인치, 아이폰 X은 5.8인치이다.
갤노트8은 독자적인 시그니처 기능이 담긴 S펜이 강점이다. 사용자가 직접 S펜을 이용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제작해 상대방과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다. 최대 15초 분량 정도의 GIF 파일로 만들 수 있으며, 만들어진 파일은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방수·방진 기능을 지원해 실수로 물에 빠트려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꺼진 화면 메모 기능도 눈길을 끈다. 휴대전화를 잠금 해제한 뒤 필기 앱을 따로 실행하지 않아도 꺼진 화면에서 S펜만 뽑으면 최대 100장까지 메모할 수 있다. S펜은 번역기와 환율 단위 변환기 역할도 할 수 있다.
2가지 앱을 한 번에 실행하는 ‘앱 페어’ 기능도 유용하다. ‘메신저+영상’ ‘내비게이션+영상’ 등 자주 사용하는 2가지 앱을 동시에 켤 수 있다. 기존에도 화면을 분할해 2가지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지만 두 가지 앱을 각각 실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V30은 카메라와 오디오가 강점이다. 후면 듀얼 카메라는 1600만 화소의 일반 렌즈와 1300만 화소의 광각 렌즈로 구성됐다. 갤노트8과 아이폰X의 일반렌즈는 1200만 화소다. V30 듀얼 카메라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F1.6 조리갯 값과 120도 저왜곡 광각을 장착했다. 이를 통해 영화 같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네 비디오 모드, 고화질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올레드 풀비전 디스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오디오는 하이파이 쿼드 DAC를 탑재했으며, 오디오 전문업체 B&O 플레이 튜닝을 더한 사운드를 갖췄다. 사용자는 쉽게 자신이 선호하는 음색만을 골라 들을 수 있다. 저음, 현장감, 균형, 선명함 등을 강조하는 효과를 사전 설정할 수 있다. ‘기본’ ‘자연스럽게’ ‘깨끗하게’ 등 3가지 필터가 선택 가능한 ‘디지털 필터’ 기능도 있다. 특히 스마트폰 최초로 대용량 하이파이 고음질 음원을 저용량으로 압축해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MQA 규격을 채택했다.
아이폰X은 3차원 스캔을 활용한 얼굴인식 시스템인 ‘페이스 ID’를 적용했다. 아이폰7까지는 지문인식인 ‘터치ID’를 사용했다. 적외선을 얼굴에 쏘아 3만 개 이상의 보이지 않는 점을 투사하고 분석해 3D 지도를 만들어 인증하는 방식이다. 오차 확률이 10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페이스 ID는 기계 학습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외모의 변화에도 적응한다. 모자, 안경을 쓰거나 수염을 길러도 문제없이 잠금이 해제된다. 사용자가 바라볼 때만 가능하며,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서는 잠금을 해제할 수 없다.
아이폰X은 인공지능(AI)칩이 장착됐다. 뉴럴엔진이 적용돼 페이스 ID, 애니모지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추후 제작되는 증각현실앱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 기기에 대한 반응은 호평과 우려가 엇갈린다. 갤노트8은 전작인 갤노트7이 배터리 발화사건으로 구설에 올라 부담이 큰 상황에서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갤노트8이 삼성의 주요 수익원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갤노트8에 대해 전작인 갤노트7의 배터리 발화사건을 거론하며 “위험 부담이 컸다”면서도 “삼성은 같은 브랜드를 유지했고, 노트7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특별한 혁신이 안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갤럭시S8에 듀얼 카메라를 장착한 무게가 늘어난 쌍둥이 제품”이라고 혹평한다.
V30은 대체로 가성비가 좋다는 의견이다. 얇고 가벼운 디자인에 사용하기도 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CNBC도 “훌륭한 스펙들을 탑재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목소리를 확실히 듣고 이해해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했다. 다만 후발주자로서 스마트폰 업계 판도를 뒤집을 만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V30의 다양한 기능은 훌륭하지만 애플과 삼성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끌어올 정도의 킬러 콘텐트가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아이폰X은 배젤리스 디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참신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영상을 시청할 때 화면이 잘리는 현상을 빗대 ‘탈모 스마트폰’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필 실러 애플 부사장이 페이스ID 시연에 실패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지문이나 비밀번호 대신 얼굴인식 기능으로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을 탑재했지만, 이는 몇몇 안드로이드 폰에서 이미 가능한 것”이라며 “보안 향상을 위해 페이스 마스크 디자이너와 함께 테스트했다고 했지만, 시연에서는 잠금을 해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가격은 종전보다 껑충 뛰었다. 아이폰X은 미국 시장 기준 64GB 모델이 999달러(약 113만5000원), 256GB 모델이 1149달러(130만5000원)로 책정됐다. 역대 스마트폰 중 최고가다. 부가세까지 더하면 64GB 125만원, 256GB 144만원에 달한다.
갤노트8도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64GB 109만4500원, 256GB 125만4000원에 책정하면서 100만원을 돌파했다.
V30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64GB 모델이 94만9300원, 128GB모델인 V30플러스가 99만 8800원이다.
갤럭시노트8, V30은 이미 국내 출시돼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아이폰X은 애플이 한국을 1차 출시국에서 제외해 국내 소비자들은 12월쯤에나 살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