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체험·수능강연…'모델하우스의 진화' 이유 있었네
by박태진 기자
2016.11.01 03:30:00
수요자 눈길 잡으면 분양 성적과 직결
안산 '그랑시티자이' 복합단지 이어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힐스테이트 태전2' 1순위 마감
"마케팅보다 분양가 따져야"
| △주택 수요자와의 첫 대면장이자 아파트 마케팅의 핵심인 모델하우스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지난 21일 분당신도시 구미동에서 문을 연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서 한 방문객이 VR(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피데스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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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1. 지난 2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마련된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이곳을 찾은 주부 서모(34)씨는 가상현실(VR) 체험 부스에서 특수 고글을 쓰고 가상현실에 있는 오피스텔 내·외부를 둘러봤다.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3개 유니트(모델하우스에 마련된 본보기집) 외 6개 유니트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실제 같은 창문 밖 풍경까지 확인한 서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 같은 날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에서 문을 연 ‘원주기업도시 호반베르디움 2·3차’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는 여성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네일아트 서비스가 제공됐다. 이곳에는 여자 어린이부터 중장년층 주부들까지 몰려 저마다 원하는 네일아트 시술을 받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택 소비자와의 첫 대면장이자 판매 마케팅의 핵심인 모델하우스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내부 유니트를 공개하고 청약 상담을 받는 용도에서 한 단계 나아가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 △ 지난달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에서 문을 연 ‘원주기업도시 호반베르디움 2·3차’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여성 방문객들이 네일아트 시술을 받고 있다.[사진=호반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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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모델하우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단순 견본주택으로서의 역할만 담당했지만 지금은 주거 문화를 선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색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타면 방문객이 늘고, 이는 곧 청약률 및 계약률과도 직결돼 모델하우스 운영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수요자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첨단 기술이 접목된 VR 체험부스가 모델하우스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GS건설이 지난 7일 경기도 안산에서 분양한 ‘그랑시티자이’ 복합단지 모델하우스와 피데스개발이 판교신도시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 오피스텔, 현대건설이 지난 13일 분양한 ‘힐스테이트 태전 2차’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는 모두 VR 체험관이 마련돼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VR 체험관에서는 평면의 입체적인 구조를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구·가전, 마감재 등의 구성과 배치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최근 들어 모델하우스의 필수 부대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지는 모두 1순위 청약 마감됐다.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반도건설은 내달 울산시 북구 송정동에서 분양하는 ‘울산 송정지구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어린이 독서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젊음 부부들이 자녀 걱정없이 마음 편히 유니트를 관람하고 분양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등 문화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곳도 등장했다. 현대건설이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개관한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미술작가들이 그린 작품이 전시됐다. 그랑시티자이 모델하우스에선 어린이 놀이기구와 영어학습 체험실도 선보였다. 이 단지 분양 관계자는 “모델하우스에서의 마케팅 활동은 집객 수에 큰 영향을 준다”며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가족 단위 소비자들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이색 마케팅 기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 경품 추첨에서 벗어나 방문객을 대상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실시하는 한편 요리 및 인테리어 강연, 네일아트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동문건설은 지난달 29일 ‘평택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강성태씨를 초빙해 ‘수능 비법’ 강연회를 열었다.
건설사들이 모델하우스 이색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비용 대비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유니트 하나를 짓는데 1억 5000만~2억 50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데 이 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붐비고 오래 머무를수록 청약률이나 계약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마케팅에 현혹돼 섣불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분양계약 전에 입지와 분양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 △ 지난달 7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서 문을 연 ‘그랑시티자이’ 복합단지 모델하우스 밖에서 방문객 자녀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사진=GS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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