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수영 기자
2016.06.23 06:00:00
4년새 땅값 3배 뛰며 '빚 투자' 러시
신공항 탈락 이후 급매도 쉽지 않아
[이데일리 정수영 정다슬 기자] “말도 마세요. 어제 (김해 신공항 계획이) 발표 나자마자 계약하겠다던 사람들 연락이 뚝 끊겼어요. 어떤 사람은 계약서 도장만 찍으면 되는데, 뉴스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담배 피고 오겠다면서 줄행랑쳤지 뭡니까.” (경남 밀양시 교동 T공인 관계자)
영남권 신공항 유력 후보지로 꼽혔던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에서 백산리~명례리에 걸친 총 7.2㎢ 일대로 구획정리가 잘된 드넓은 논밭이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다음 달인 22일 이 일대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늦된 모내기에 한창인 농민 김모(60)씨는 “서울 사람들이 와선 땅값만 엄청 올려놔 동네 젊은 사람들도 덩달아 딴생각들을 하고 있었다”며 “이제 그 사람들 다 떠날 텐데 바람든 사람들 마음이 진정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영남권 신공항을 들고 나온 이후 땅값이 급등했다. 밀양 하남읍 일대 토지 공시지가는 4년 만에 83.7%, 시세는 3배 정도 뛴 상태다. 토지 보상을 노린 투기꾼들이 밀양으로 모여들면서 매매가뿐 아니라 감정가까지 덩달아 오른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1년 전 3.3㎡당 15만~16만원 하던 농지는 최근 20만~22만까지 올라 거래됐다. 농지인데도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는 3.3㎡당 40만~50만원, 주거용 토지는 70만~80만원 선에서 매매됐다. 공시지가도 2012년 3.3㎡당 17만원에서 올해 기준 31만여원으로 뛰면서 세금 부담도 커진 상태다.
특히 신공항 입지 선정이 다가오자 한 달 새 땅값이 20~25% 치솟았다. 3년 전 빚 내서 밀양 땅을 샀다는 김모씨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는 “신공항으로 최종 결정이 나면 높게 팔 수 있다는 기대감에 대출이자를 감당하면서 매물을 많이 사들인 상태”라며 “지금으로선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손 털고 이 지역을 뜨는 게 상책인데, 팔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