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6.03.19 06:00:00
방문판매법 `14일 청약철회 가능` 조건이 걸림돌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직장인들이 언제 은행 영업점 찾아와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하고 하겠냐.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서 ISA 가입 영업을 하고 싶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당국에서 ISA판매를 독려하면서도 정작 ‘찾아가는 영업’이 불가능한 현실을 답답해했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 영업점에 찾아가서 ISA를 가입한다고 해도 대기시간을 제외하고 한 시간여가 걸리는 상황. ISA가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은행 직원들이 가입희망자를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인 영업방식이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문판매법(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상 ‘14일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이 임원은 “고객을 직접 찾아가 ISA에 가입을 시키고 펀드 등을 편입했는데 2주사이에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가입을 철회하겠다고 하면 헛수고만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더욱이 투자자가 2주 새 펀드 등의 금융투자상품에 손실이 발생했다며 가입을 철회하게 되면 그간 가격변동에 따른 손실을 모조리 은행 등에서 부담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사실상 ‘찾아가는 영업’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일부 은행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방문판매법상 청약철회 대상에서 ISA 등을 제외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소관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몫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청약철회 조항에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금융투자상품 방문 판매를 예외로 한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계류중이지만, 19대 국회 종료일이 얼마 남지 않아 폐기 처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보험회사가 방문판매를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청약철회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변액보험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금융권에선 형평성 차원에서 ISA 등의 금융투자상품 역시 청약철회 조항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금융투자상품은 매달 일정 금액을 불입하는 보험상품보다는 단기간에 소비자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품 가입에) 의사가 있어 직접 영업점에 가는 것과 방문 판매 직원이 대면해 권유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방문판매 직원이 대면해 권유할 경우 거절하기 힘든 경우도 있는데 금융투자상품의 위험자산을 이런 식으로 팔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