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11’…화학·철강株, 주도주로 올라서나

by유재희 기자
2016.03.04 06:40:00

화학·철강, 한 달간 각각 7.6%, 13.5% 상승…시장수익률 ↑
외국인 지난달 중순 이후 8000억원 가량 순매수
"추가상승 가능하나 주도주 등극은 글쎄…업종 순환 가능성"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최근 화학주와 철강주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면서 지난 2011년 국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이들 업종의 주도주 귀환이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강, 화학업종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주도주 등극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이후 KRX 철강업종지수는 13.5% 올라 업종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어 KRX 조선(10.2%), KRX 에너지화학(7.6%) 업종이 뒤를 잇고 있다. 연초 대비로 보더라도 KRX 철강, KRX 에너지화학업종 지수는 각각 8.9%, 4.8% 상승하며 업종 상승률 상위 3, 5위에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각각 1.7%, -0.2%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고려할 때 시장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외국인 매수의 힘이 컸다. 연초부터 매도 공세를 퍼붓던 외국인이 지난달 중순부터 매수세로 돌아선 가운데 특히 철강, 화학주에 대한 편식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6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6245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이 중 절반 수준인 8000억원이 화학(4540억원), 철강(3450억원)주에 대한 매수였다.



전문가들은 철강, 화학업종 수급 개선 및 주가 강세 배경으로 업황 개선 기대감을 꼽고 있다. 특히 철강업종의 경우 중국 정부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볼 때 철강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윤관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등 대표주 중심의 주가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업황 바닥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철강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미만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데다 중국 철강업종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어 중국 철강가격은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업황과 철강업체 실적의 바로미터인 철강값 반등으로 철강주의 추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배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철강 가격 및 철광석 가격 상승의 지속성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여러 가지 부양정책 등을 고려할 때 철강 업황에 우호적인 환경이 예상된다”며 “올해 철강주에 대한 기대감을 지속해도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화학업종은 성수기 진입으로 제품가격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주의 경우 단기적으로 유가전망이 긍정적이고 정제마진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어 비중확대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화학주도 유가 반등에 따른 기초유분 가격 상승과 3~4월 대규모 정기보수 등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도주 등극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경기사이클 회복세가 미미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특정 섹터가 수급·실적·모멘텀을 바탕으로 시장을 끌고 나갈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며 “당분간은 저평가 섹터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철강업종은 중국 구조조정 효과 등에 힘입어 10~20%가량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어 보이지만 화학 업종은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다음 사이클은 화학주보다 오히려 건설주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