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극적인 합의문 도출 배경은…'한발씩 양보'

by장영은 기자
2015.08.25 02:58:27

43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 도출…6개항 합의문 발표
北 사과 대신 유감 표명..南 확성기 방송 재개 여지 남겨
양측 상호간 요구사안 절반씩 받아들인 셈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43시간의 진통 끝에 남북이 25일 합의를 끌어낸 것은 남북 양측이 각자 입장을 한 발자국씩 양보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새벽 고위급 접촉 종료 후 청와대에서 발표한 합의문에는 지난 20일 서부전선 포탄도발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과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방침이 담겨 있었다.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이 가장 중요한 의제로 내세웠던 최근 북한의 일련의 무력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한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다.

먼저 북측은 지난 20일 발생한 서부전선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이 도발을 가했고 이에 대해 사과한다는 식의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북측’이라는 구체적인 주어를 언급하고 지뢰 폭발이라는 사건을 적시했으며, 부상당한 군인들에 대한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사실상 인정과 사과의 뜻을 표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우리 측도 이날 정오(낮 12시)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를 달아 최근 발생한 지뢰도발, 서부전선 포탄도발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무력도발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을 함께 받아낸 조항인 셈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할 경우 남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조항에 합의함으로써 북한 입장에서는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남북은 빠른 시일 안에 당국자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당국 간 후속 대화의 길을 열었다. 그동안 막혀 있었던 남북 간 대화의 통로를 만드는 계기를 구체적인 조항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했고, 다음달 초에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기로 구체적인 일정을 정한 점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이번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지난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24일 새벽 12시 5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진행됐다. 우리 측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다. 중간에 한차례 정회한 시간을 제외하고도 43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