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배구조 개편…모회사격인 알파벳 설립

by권소현 기자
2015.08.11 06:46:26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알파벳’(Alphabet)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다.

래리 페이지(42)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구글과 구글 연구소인 X랩, 투자사업 부문 구글 벤처스, 그외 건강·과학 관련 조직이 모두 자회사로 편입된다고 밝혔다.

구조개편안에 따라 공동 창업자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42)이 각각 알파벳 CEO와 사장으로, 에릭 슈미트 회장과 법무책임자 데이비드 드러먼드가 역시 알파벳 회장과 법무책임자로 이동할 예정이다. 또한 인도 출신 순다르 피차이(43)는 페이지의 뒤를 이을 새 구글 CEO로 승진하게 된다.

페이지 CEO는 성명에서 “알파벳은 언어와 인류 최고의 혁신을 상징하고 구글의 검색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 이름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구조개편으로 나스닥에 상장된 기존 ‘구글’ 기업명도 ‘알파벳’으로 바뀌며 현재 구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알파벳 주식을 같은 수만큼 받게 된다.

이번 구조개편은 주요 사업과 장기적인 전략을 명확하게 구분해 현 사업은 각 실무 경영진에게 맡기고 페이지와 브린은 좀더 전략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출범 당시 최고의 검색엔진이 되겠다는 목표를 이미 달성한만큼 사업 영역을 무인자동차, 로봇, 드론, 생명과학, 우주사업 등으로 무한 확대하고 있는 구글의 새로운 비전을 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자율주행 자동차와 열기구를 통한 인터넷 연결 등을 연구해온 X랩을 포함해 스마트홈, 로봇 개발, 암 치료, 노화예방 프로젝트, 벤처 투자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 조직들이 각자 구글과 독립적인 자회사로 알파벳에 편입돼 해당 사업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조개편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를 모델로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주회사 밑에 부동산에서부터 속옷 회사까지 다양한 자회사로 이뤄진 거대 기업집단을 이뤘다는 점에서다.

또 구글이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월스트리트 투자자들로부터 회계 투명성을 높이라는 압박을 받아왔다는 사실도 이번 개편의 배경이 된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구글의 이번 조직개편의 최대 관심사는 피차이다. 현재 구글에서 크롬, 구글 드라이브, 구글 지도, 지메일, 안드로이드 사업을 담당하는 선임부사장(SVP)을 맡고 있는 그는 페이지의 뒤를 이을 새 CEO로 지목됐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 출신인 그는 인도공대(IIT) 카라그푸르에서 공학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에서 경영전문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피차이는 미국 반도체 회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서 엔지니어로, 또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서 잠깐 일하다가 2004년 구글에 입사했다.

지난해 구글의 조직개편에 따라 피차이는 구글의 연구, 검색, 지도, 구글 플러스, 전자거래와 광고 상품, 인프라 등 분야의 책임자가 됐고 이 분야들을 관할하는 고위 임원 6명은 피차이 선임부사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게 됐다.

미 언론은 부드러운 목소리에 조용한 성격을 지닌 그가 업계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오랜기간 페이지 CEO의 심복이자 오른손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