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미국의 M&A 열풍과 그 교훈
by김혜미 기자
2014.11.28 06:00:47
[김성열 뉴욕상무관] 최근 보톡스 메이커로 유명한 미국 제약회사 앨러건(Allergan)이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또 다른 제약회사 액타비스(Actavis)에 660억달러라는 거금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이 뿐만 아니다. 석유와 가스 채굴 분야의 대표 기업인 핼리버튼(Halliburton)도 동종 업계 라이벌인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를 350억불에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M&A(인수·합병)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렇게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M&A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미국 연준(聯準)의 장기간에 걸친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 정책으로 M&A의 ‘실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많아졌다. 주식시장 활황도 빼 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높아진 주가로 자신감이 충만해진 회사들은 좀 더 과감하게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성장 정체와 치열한 경쟁도 기업들이 M&A를 통해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제약회사와 에너지 기업들이 최근 M&A를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기존 신약의 특허 만료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신규 프로젝트가 줄어드는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덩치를 불리고 비용을 줄이는 접근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산업적이고 경영전략 상의 이유가 있다고 해서 M&A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M&A는 그 과정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자문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어 가는 측면이 강하다. 이들은 대상 기업의 선정과 인수전략 설계만이 아니라 인수에 필요한 자금까지 조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기관과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로펌들이다.
촉매제는 이들 금융기관과 로펌 말고도 또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월가 헤지펀드다. 소위 행동주의 투자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실적이 좋지 않거나 배당이 인색한 기업을 골라 주식을 매집한 후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거나 M&A를 종용하게 된다. 앞서 언급된 제약회사 앨러건도 액타비스와의 M&A를 성사시키기 전 행동주의 투자로 유명한 윌리엄 애크먼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미국 기업 문화도 우리와는 다른 점이 많다. 인수하는 회사나 인수되는 회사 모두 경영진이 상당히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적정 가격 산정을 위해 합리적인 조사를 거치고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 것은 물론 이사회를 상대로 한 상세한 보고와 승인 취득이 관행화되어 있다. 오랜 기간 축적된 법원의 판례도 M&A 과정에서 경영진이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고도로 발달하고 역사가 깊은 미국과 우리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M&A를 지원하는 실력 있고 다양한 서비스 기업들의 존재는 우리가 참고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국내 인수합병 시장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M&A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는 시급하다. 미국의 사례는 M&A를 위해서는 회사의 지배구조도 투명하고 단단해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즉 경영진은 이사회와 긴밀히 호흡하면서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M&A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해야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배경의 전문 경영자가 인수대상 기업의 정상화 등 M&A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영자 시장을 육성하는 것도 과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아주 중요한 시사점이다. M&A 이후 합쳐진 기업의 최종 입지는 보다 나은 여건을 제공하는 나라와 지역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