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형욱 기자
2014.11.01 07:00:00
원화강세에 美·日 경쟁사 공세로 실적 악화
중장기 지속성장 유일한 답은 신차 경쟁력↑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올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현대차(005380) 영업이익은 1조6487억원으로 18.0% 줄었고, 기아차(000270)도 5666억원으로 18.6%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각각 7.7%p, 5.0%포인트로 최근 2~3년 중 최저다.
안팎에서 위기란 목소리가 나온다. 때마침 주가도 큰 폭 하락했다. 현대·기아차가 직면한 현 상황의 원인과 그 해법은 무엇일까.
현대·기아차의 어닝 쇼크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원화 강세다. 현대·기아차의 올 1~9월 달러·원 기준환율은 1042.5원으로 지난해(1106.4원)보다 5.8%p 줄었다. 여기에 3분기 국내공장의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여파까지 더해졌다.
단순히 환율 문제만은 아니다. 시장 환경 악화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휘청이던 미국, 일본, 유럽 경쟁사가 올 들어 본모습을 찾고 역공을 펼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년 동안 누려 온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진검승부’인 셈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경쟁하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14년 회계년도 상반기(4~9월)에 1조3000억엔(약 13조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의 성장 기반이었던 신흥 시장이 미국의 출구전략 여파로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량은 늘었으나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기타 지역에서만 나란히 감소세(각각 -0.2%, -2.5%)였다.
내수 시장마저 수입차에 잠식되고 있다. 올 9월 현대·기아차의 내수 판매점유율은 67.3%로 70%선이 무너졌다. 특히 고급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수입차가 내수 시장의 70%를 점유 중이다.
현대·기아차에게 특별한 해법은 없다. 신차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다. 환율과 국가별 경기침체는 불가항력적인 대외 변수다. 이와 별개로 본질적인 경쟁력은 키워 나가야 한다.
경쟁사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 끝난다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더욱이 10년 전 현대·기아차가 그랬듯 중국의 신흥 회사가 언제 세계 무대에 깜짝 데뷔할 지 알 수 없다. 그 전에 신생 브랜드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위상을 갖춰야 한다. 지속성장을 위해선 시급한 과제다.
현대차는 올 4분기에 국내 시장에 아슬란과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미국 시장에 쏘나타 터보를, 중국 시장에 소형 SUV ix25를 내놓는다. 기아차도 미국에 카니발, 쏘렌토 신모델을, 중국에 K4와 소형 SUV 신모델을 연이어 추가 투입한다. 국내에도 내년 주력 모델인 신형 K5를 투입한다.
신차 출시 일정에 맞춘 현지 생산능력 확대도 이뤄진다. 기아차는 내년부터 연 30만대 규모의 중국 3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오는 2016년부터 멕시코 공장(연 30만대)도 가동한다. 첫 해 생산목표는 10만대다. 현대차도 답보 상태인 중국 4공장 프로젝트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외국공장 신·증설은 관세나 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외국공장 생산 비중이 적었던 기아차도 멕시코 공장이 풀가동하는 오는 2018년이면 지난해 약 44%에서 49%로 5%p 늘어난다.
엄밀히 보면 진정한 의미의 위기는 아니다. 어닝 쇼크 속에서도 긍정적 신호는 여전했다.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고 판매량은 계속 늘고 있다. 공장 가동률도 100% 이상이었다
세계 자동차시장 판매점유율도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판매 점유율도 올 2분기 9.1%, 3분기 9.0%로 9%를 넘었다. 지난 2012~2013년 평균은 8.8%였다.
브랜드 가치의 지표인 대당 판매단가(ASP)도 늘었다. 기아차는 올 1~3분 ASP는 수출 1만4200달러(약 1500만원), 내수 1930만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9%, 1.4% 늘었다. 환율 조건만 나아지만 당장 4분기부터도 더 나은 실적을 낼 수 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건 당장의 환율이나 경기침체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일 수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는 화석연료 시대와 수동 운전을 끝내기 위한 각종 신기술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태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게다가 수년 전 현대·기아차가 그랬듯 중국, 인도의 후발 자동차 회사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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