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필수품 에어컨…‘약’일까 ‘독’일까
bye뉴스팀 기자
2013.08.17 09:21:19
쾌적한 여름 보장 vs 지구온난화·냉방병 등 부작용
잇따라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가운데 불볕더위는 8월 중순 들면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남쪽 지역은 19년 만에 최고 더위를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8일 울산 일부 지역에서는 40℃ 가까이 치솟으며 기록적인 폭염을 나타냈다.
이렇게 기온이 올라가면서 지난 12일 전력예비율이 500만kw 미만으로 떨어지고, 당진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됐다. 결국 전력수급 현황은 초비상 사태가 되면서 ‘블랙아웃’ 우려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요즘은 어딜 가나 냉방이 되고 그런 환경에 익숙해진 탓인지 조금만 덥고 습해도 참기가 어렵다. 그래서 높은 전기료가 걱정돼도 에어컨을 켜기 때문에 여름철 이런 현상이 이제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이로 인해 정부는 최악의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냉방기·공조기 가동을 전면 금지했으며 에너지다소비건물을 중심으로 냉방온도 제한(26℃ 이상) 단속도 강화했다.
| 에어컨 ‘급증’ 따라 전력수요도 가파르게 ‘상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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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찜통더위를 선풍기·부채만으로 이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여름철 필수품 에어컨은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판매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에어컨 특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여름 폭염에 대비해 미리 냉방 용품을 준비하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멀티형 에어컨 판매는 180%, 쿨매트·쿨방석은 200% 급증했다. 더불어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기존의 에어컨에서 품질·기능을 한 단계 더 향상시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삼성전자의 경우 올 상반기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했다. <출처=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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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일년 중 특정 시기에만 사용하는 계절형 가전제품으로 비싼 가격에 비해 효용성이 낮아 그동안 보급률이 급속히 올라가지 못했다. 또한 전기료 부담 때문에 구매 후에도 제대로 사용하는 가정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여름 날씨가 아열대성 기후를 닮아가면서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늦게까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자 에어컨 판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면서 에어컨의 효용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통상 7월 말이면 에어컨 판매가 주춤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8월 중순까지도 에어컨 판매가 지속될 것으로 가전 업계는 전망했다.
건강·지구온난화 고려하면 ‘에어컨 이용 감축’ 바람직
여름병의 대명사는 ‘일사병’ 또는 ‘열사병’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를 찾아보기가 흔치 않다. 언제부턴가 대표적인 여름병으로는 냉방병이 그 위치를 점하기 시작했다. 에어컨이 새로운 병을 만든 것이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차가 과도해서 생겨난다. 의학적으로 뚜렷한 정의를 갖고 있지 않는 일종의 증후군인데 에어컨이 가동되는 폐쇄된 빌딩에 지내는 사람들이 소화불량·두통·피곤·정신집중 곤란 등을 호소하게 된다.
또한 에어컨은 천식·호흡기 질환·점막염증·면역력 약화 등 건강 뿐만 아니라 현재의 기후·환경·에너지 문제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야외활동을 통해 다양한 병원균에 조금씩 노출되면서 면역력을 키워야 하는데 실내에만 있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운동부족으로 비만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열사병·일사병 등 질병을 유발하는 폭염을 참는 것이 왜 에어컨을 쐬는 것보다 나을까.
사람은 더운 기후대에서 진화한 종족이기 때문에 몸속에 더위에 적응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예컨대 일주일 정도 더위에 노출되면 땀샘이 더 활발하게 작용해 땀을 많이 흘리고 혈류도 증가해 피부혈관으로 더 많은 피가 공급돼 몸 밖으로 열을 배출한다. 한마디로 인간은 더위에 노출될수록 더위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집·학교·회사·상점·공공기관 등 어디를 가도 에어컨 냉방이 되고 있기 때문에 더위에 적응하는 우리 몸의 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처럼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 전력수요가 증가하면 이를 감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개개인이 노력해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전소는 어떤 형태든 간에 자원을 고갈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 게다가 에어컨에 사용되는 냉매는 그 자체로 환경을 파괴하는 화학물질이기도 하다.
물론 에어컨이 현대 생활에 있어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지만 현명한 사용을 통해 우리 본연의 목표인 건강하고 행복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자연과 가까이 하는 생활을 늘려가는 것이 좋겠다. 여름철 실내 공기를 시원하게 유지해주는 에어컨이, 한여름 밤 기승을 부리는 바로 그 열대야를 불러온 원인도 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